25년간 캐나다군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해 봉사활동을 해 온 가이 블랙(왼쪽 세 번째)씨가 14일 밴쿠버에서 가평까지 300㎞ 걷기 대장정에 나선다. <가평군 제공>

"72년 전 가평계곡에서 이십 대 젊은 나이에 전사한 우리 선조들을 추모하고,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의 혈맹관계를 더 끈끈하게 유지하기를 기원하며 걷기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25년간 캐나다군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해 봉사활동을 해 온 가이 블랙(58)씨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대한민국 가평까지 총 300㎞ 걷기 대장정에 나서 관심이 쏠린다.

가이 블랙 씨의 이번 대장정은 한국전쟁 기간 가평전투에서 전사한 캐나다군을 추모하기 위해 기획했으며, 오는 20일 가평에 입성할 예정이다.

그는 14일 가평전투 기념비가 위치한 밴쿠버 랭리타운십에서 출정식을 열고 밴쿠버공항까지 80㎞(편도)를 도보로 이동한 후 인천공항까지 8천210㎞를 항공으로 날아온다.

16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공항에서 캐나다군 가평전투지역까지 140㎞를 5일여간 걸어서 이동할 계획이다. 그리고 21일 가평영연방참전비에서 캐나다군 격전지인 북면 677고지 등정으로 추모열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가이 블랙 씨는 2년 전에도 가평군과 재향군인회, 6·25참전유공자회 캐나다서부지회, 밴쿠버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후원으로 밴쿠버 아일랜드 토피노 가평전투기념비에서 가평석이 있는 캐나다 서부지구 랭리타운십까지 걷기 행사를 성공리에 수행했다. 그때도 10여 일간 하루 7시간씩 300㎞를 걸어서 이동했으며, 올해가 두 번째 도전이다.

가이 블랙 씨는 본격 출정식에 앞서 최근 가평군에 서한을 보냈다.

그는 "저는 25년간 많은 생존 캐나다군 한국전 참전용사, 그의 자녀들과 친분을 쌓아오면서 그분들을 통해 가평전투에서 희생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분들이야말로 인류애를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했음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2021년 가평전투 70주년이 되던 해에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의 인고의 투쟁은 조국을 위해 싸우신 참전용사와 희생자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또 한 번의 도전에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캐나다는 한국전쟁 기간 2만7천여 명을 파병해 516명이 전사하고 1천42명이 다쳤다. 더구나 가평전투에서는 10명이 전사하고 23명이 중상을 입었다.

가평군은 가평전투를 기리고자 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에 현재까지 10여 개의 가평 돌을 지원해 참전비를 봉헌했다.

또한 가평군에서는 매년 4월 20일을 전후해 주한 영연방 4개국 대사관과 유엔한국참전국협회가 주관·주최한 가운데 가평읍 대곡리에 위치한 영연방 참전비에서 가평전투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 행사는 오는 26일 개최한다.

가평=엄건섭 기자 gsuim@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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