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리츠 배지환이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 경기에서 3점 홈런을 친 뒤 홈플레이트에서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했다./연합뉴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배지환이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 경기에서 3점 홈런을 친 뒤 홈플레이트에서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했다./연합뉴스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치고서 그라운드를 돌던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헬멧을 벗어 오른손에 쥐더니 힘껏 뛰어올랐다.

‘빅리거’를 꿈꾸던 시절, TV 중계로 본 강정호와 앤드루 매커천의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자신이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돼 펼쳤다.

최지만(피츠버그)은 올 시즌 피츠버그 선수들이 홈런을 치면 더그아웃에서 벌이는 ‘칼춤 세리머니’를 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서 배지환과 최지만이 동시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배지환은 1번타자 2루수, 최지만은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둘은 지난 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MLB 최초로 한국인 타자 동반 선발 출전 기록을 세웠고 5일 보스턴 레드삭스, 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이어 이날 네 번째로 함께 선발 출전했다.

앞선 세 경기에서는 둘 다 무안타에 그치거나(3일과 9일), 배지환만 안타(5일·MLB 첫 홈런)를 쳤다.

12일에는 달랐다. ‘형님’ 최지만이 1회에 2루타로 물꼬를 트더니, 2-2로 맞선 6회말에는 선두 타자로 등장해 휴스턴 오른손 선발 크리스티안 하비에르의 시속 148㎞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장외 솔로포를 터뜨렸다.

최지만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해적의 칼’을 들고 유쾌하게 흔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네 번째 타석까지 삼진 2개 포함 무안타로 침묵하던 배지환은 4-4로 맞선 9회말 1사 1, 2루에서 라이언 프레슬리의 시속 142㎞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중간 외야 관중석에 안착하는 ‘끝내기 홈런’을 쳤다.

배지환의 MLB 개인 통산 2호 홈런이자 홈경기 첫 홈런이 터지면서 ‘같은 팀에서 함께 선발 출전한 한국인 타자가 모두 홈런을 치는 최초 기록’이 탄생했다. 한국인 타자가 같은 날, 같은 팀에서 안타를 친 적도 이번이 처음이다.

배지환은 홈플레이트를 출발하면서 방망이를 멀리 내던지는 배트 플립을 했다. 다시 홈플레이트로 돌아올 때는 헬멧을 농구공처럼 잡고 팀 동료들 사이로 뛰어드는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펼쳤다.

히어로 인터뷰 주인공이 된 배지환은 한국말로 "꿈을 꾸는 듯하다. 앞 타석에서 못 쳐서 내가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어로 "나는 피츠버그에서 뛴 강정호 선배를 보면서 자랐다. (강정호 선배가 피츠버그에서 뛸 때) 앤드루 매커천도 함께 뛰었는데, 당시 매커천이 홈런을 치고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했다. 내가 그걸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오늘 해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배지환에 앞서서 홈을 밟은 주자가 ‘1루 주자’ 매커천이었다.

배지환은 2월 10일 2023시즌을 앞두고 출국하면서도 "매커천이 끝내기 홈런을 치고 천천히 홈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많은 분이 기억하지 않나. 선장이 돌아왔다. 내게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올 시즌 피츠버그로 돌아온 ‘선장’ 매커천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그리고 매커천 앞에서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펼치는 기쁨을 맛봤다.

최지만은 잭 스윈스키와 함께 아이스박스를 들고 배지환이 히어로 인터뷰를 하는 중에 머리 위로 얼음을 쏟으며 후배를 축하했다.

피츠버그 구단도 트위터에 한글로 ‘배지환, 끝내기 홈런’이라고 쓰고, 최지만과 배지환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최지만과 배지환은 한국인 빅리거 최초로 같은 경기에서 홈런을 친 팀 동료가 됐다"고 알렸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8년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와 계약한 배지환은 지난해 9월 24일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2022년 빅리그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6타점, 3도루를 올려 가능성을 인정받은 배지환은 올해 생애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26명)에 승선하며 ‘풀타임 빅리거’ 길로 들어섰다.

빠른 발과 내·외야를 오가는 수비력을 무기로 빅리그 입성에 성공한 배지환은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내가 콘택트형 타자이긴 하지만 홈런에는 욕심이 난다"며 "나는 다재다능한 선수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는 콘택트, 수비, 주루에 더 신경 썼지만 장타도 치고 싶다. 올해는 꼭 홈런을 치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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