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이후 평가와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는 소병훈·김승남·위성곤·신정훈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농어민신문·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는 3월 8일 실시된 제3차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결과를 돌아보고 ‘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위탁선거법) 개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 정부의 앞으로 대응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참여자들은 우선 지난 선거가 큰 물의 없이 진행된 점과 불법·타락 사례가 종전보다 다소 감소한 점을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음성적인 불법·타락 사례(금품 제공 등)는 별로 감소하지 않았다는 우려와 지적도 있었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는 현직 조합장의 당선 비율이 60%를 넘고, 무투표당선 비율도 20%에 달하는 결과를 보였는데, 이처럼 새로운 인물들이 조합장에 당선되는 사례가 감소한 건 앞으로 협동조합 변화와 발전 동력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생각건대, 협동조합의 조합장선거가 민주적으로 시행되려면 무엇보다도 ‘개방성(openness)’과 ‘공정성(fairness)’이 담보돼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설시한 바와 같이 ‘자유선거의 원칙’은 민주적 선거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하고, 선거운동의 자유는 일응 ‘표현의 자유’의 성격을 지닌다고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조합장선거제도는 이러한 측면에서 대단히 취약하다.

먼저 ‘개방성’ 측면에서 보자.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는 선거를 통해 어떤 직책을 맡고자 희망하는 자에게는 특별한 사유(예:형사처벌 전과 등)가 없는 한 가급적 입후보할 기회를 널리 부여하고, 다수 입후보자 중에서 가장 적임자를 조합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현행 법제는 조합원의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 즉, 출자금 규모, 조합원 신분 보유 기간, 연체채무 보유 여부, 조합사업 이용량, 경업 여부를 피선거권 제한 사유로 삼는데, 이는 조합장이 되고자 희망하는 조합원들에게 ‘입후보할 기회마저 차단하는’ 진입장벽(entry barrier)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잘 사는 조합원’에게만 조합장선거 입후보 기회를 부여하고 ‘못 사는 조합원’에게는 입후보할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불합리한 차별적 측면이 있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의 자조단체인 협동조합에서조차 ‘못 사는 조합원’을 차별(조합장선거 입후보기회 박탈)한다면 이는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다음으로 ‘공정성’ 측면에서 보자. 현행 위탁선거법에서는 선거운동 방법을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깜깜이선거’라는 비판이 많다. 즉, 조합장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의 자신을 ‘알릴 권리(기회)’와 조합원들의 후보자에 대해 ‘알 권리(기회)’가 크게 제약된다. 

이처럼 조합장선거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음성적·불법적 선거운동 방법(금품 제공 등)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선거운동에 대한 규율 방식을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의 예를 참조해 금지되는 행위(금품 제공, 허위 사실 유포 등)를 규정하고, 기타 행위는 널리 허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사료된다. 

또한 현행 위탁선거법은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점들이 많아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현직·비현직 후보자 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예비후보자제도 도입, 토론회·소견발표회 등 다양한 선거운동 방법 허용 등).

요컨대 현행 위탁선거법의 가장 큰 문제는 공직선거법과 달리 선거운동 제약이 너무 많아 공정한 경쟁이 어렵고 기득권에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는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30여 건이나 발의됐는데, 여야가 조속한 개정을 이뤄 내기 바란다. 위탁선거법이 협동조합의 본질인 자율과 자치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선거의 개방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