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하지 못한 날씨가 일상이 된 요즘, ‘기후위기’는 이제 사람들에게 별스럽지 않은 단어다. 북극곰 터전인 빙하가 녹는 상황을 걱정하는 편이 차라리 낭만이 있다.

비가 너무 길게 많이 내려서 사람들이 다치고, 비가 너무 안 와서 산이 불타 동식물이 죽거나, 폭염이나 폭설 따위로 입는 피해가 지구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결국 21세기 지구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탄소중립이다. 지구 온도가 산업사회가 되기 전보다 1.5℃ 이하까지만 상승하도록 억제하겠다는 각오다.

2015년 세계 각국 정상들이 파리에서 모여 한 약속이 바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오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를 지키는 유일무이한 마지막 방법, 탄소중립을 위한 수원시 전략을 살펴본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원시 2050 탄소중립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원시 2050 탄소중립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특명! 온실가스를 줄여라!

2021년 기준 수원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535만4천t이다. 기준 연도인 2018년보다 3.1%(17만1천t)가 줄어든 양이다.

부문별로는 가정과 상업·공공시설에서 배출하는 건물 부문이 66%인 352만5천t, 수송 부문이 30%인 160만1천t, 폐기물로 인한 온실가스가 4%인 22만9천t 발생했다.

그동안 수원시가 앞장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가지 노력을 두루 기울였지만 아직 성과는 아쉬운 수준이다.

이에 수원시는 ‘탄소중립 환경특례시 수원 조성’을 비전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 수립에 나섰다. 실제 감축 주체인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을 유도하고 주요 배출원별 감축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체계 있는 이행 관리로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강화하는 방향을 정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221만t 줄이기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552만5천t의 40%에 해당하는 만큼 배출량을 줄인다는 뜻이다.

먼저 수원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려고 배출원별로 과학에 근거하고 전략이 있는 대책을 추진한다.

가장 많은 배출량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은 2030년까지 158만t을 감축하려고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꾀한다.

새로 짓는 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이 일반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효율등급(1++)과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갖추고 20% 이상의 에너지자립률을 검증받아야 하는 ZEB 인증은 현재 500㎡ 이상 공공건물에 적용하는데, 2030년에는 같은 규모의 민간건물까지 확대한다.

오래된 민간건축물의 경우 단열을 개선하고 창호를 교체하면서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2030년까지 약 5천800가구에 지원한다. 태양광에너지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도 확대 보급한다. 올해 기준 태양광에너지 보급량 19.7㎿의 32%가 늘어난 26㎿를 2030년까지 보급한다는 목표다.

수송 부문 감축은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와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 확대, 생태교통 활성에 방점을 찍는다. 친환경 차 보급량은 지금보다 10배 늘어나 2030년까지 연간 5천 대씩 증가한다. 수원시는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충으로 이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대중교통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가져오도록 철도망과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보행 중심 문화 확산을 활성할 예정이다.

생활폐기물을 감량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노력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인다. 생활폐기물 1t을 소각하면 1.05t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만큼 분리배출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 시민 참여가 ‘열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시민 참여가 필수다. 실제 2020년 수원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개인 참여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코로나19로 사회활동이 위축하면서 건물과 수송, 폐기물 들 모든 분야에서 배출량이 줄어든 가운데 유독 가정 부문 배출량만 소폭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에너지 절약과 폐기물 줄이기에 동참할 때 비로소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원시가 올해 처음 시작한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사업’은 개별 시민의 적극 참여가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요소임을 확인시켜 준다. 이 사업은 2월 2일 지역 3개 공동주택 단지와 협약을 맺고 1천999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직접 스마트폰 앱으로 전기·가스·온수·난방·수도 같은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탄소배출량과 변화량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탄소중립 생활 성과를 확인했다.

수원시가 3월 한 달간 운영 결과를 확인해 보니 3개 단지 모두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0%가량 전력 사용량이 감소했다고 나타났다. 3개 단지 전력 사용량 감소량은 총 6만여Kwh로, 총 25t의 탄소를 덜 배출했다고 추산한다.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일만으로도 10%를 절약하고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실천가들이 생겨났다.

수원시는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사업 성과를 더 정밀하게 분석해 하반기 중 다른 공동주택 단지도 참여하도록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주민 커뮤니티 같은 앱 사용 편의와 효과성을 높이는 기능도 추가 도입해 주민들이 스스로 탄소배출을 인식하고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도록 할 방침이다.

어른을 대상으로 한 탄소중립교육을 확대하는 일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수원시는 어른 교육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데, 어른 전체 인구의 약 40%를 2027년까지 탄소중립 교육에 참여시키겠다는 목표다.

탄소중립 교육 프로그램 내실을 꾀함은 물론 도시생활 인프라를 활용해 탄소중립 중요성과 방법을 알리는 교육자료를 노출하는 일이 1차 목표다.

버스정류장, 전광판 같은 일상 공간에서 쉽게 자주 탄소중립에 대한 개념을 접하면서 탄소중립 교육을 생활 속에 녹여 낼 계획이다.

수원시는 탄소중립 정책에 시민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시민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연 ‘수원시 2050 탄소중립 시민토론회’에 참석했던 시민 120명이 주축이 돼 탄소중립 정책에 시민의 힘을 더한다.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사업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탄소 변화량을 확인하는 모습.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사업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탄소 변화량을 확인하는 모습.

# 맞춤형 전략으로 탄소중립 선도

‘환경수도’로서 지위를 공고히 해 온 수원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앞장서 이끌려고 제도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서두른다.

수원시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체로 산정하고 감축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유일한 기초지방자치단체다. 

자체로 구축한 인벤토리 덕분에 온실가스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까지 효율 높게 진행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선도 정책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1일 정부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한 가운데 수원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의 계획 수립을 서두른다. 전략 수립에 이어 연말까지 기초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광역단위 계획보다 발 빠르게 정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또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달성하려고 제정한 ‘수원시 탄소중립 기본조례안’을 20일 공포하고,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아 지원할 예정이다.

탄소중립 정책을 선도하려고 수원시는 기술 실증으로 맞춤형 모델을 개발하는 탄소중립 그린도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권선구 고색동 일원에 에너지 전환과 흡수원 확대, 기후변화 적응, 자원순환 촉진 분야에서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모델을 만드는 중이다. 2026년까지 수원만의 맞춤형 모델을 만들면 이후 시 전역에서 탄소중립 마을을 확산하는 마중물 노릇을 하게 된다.

탄소중립 정책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강화할 탄소중립 지원센터도 설립한다. 분야별 연구조사를 강화해 과학에 근거하고 전략이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이행 점검을 강화하는 지원기관으로, 올해 안에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재준 시장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가장 필요한 부분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 변화"라며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에너지 절약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도록 모든 시민들의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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