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 세종서적 / 1만6천650원

KAIST 공대 이승섭 교수(전 부총장)가 입을 열었다. 입시만 있고 교육은 없는 나라, 잘못됐음을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우리 사회. 이 어려운 난제를 향해 교육학자가 아닌 과학기술의 변화상을 누구보다도 맨 앞줄에서 지켜본 KAIST 교수로서, 신입생들의 불행을 곁에서 봐 온 입학처장 그리고 한국의 학부모로서 깊은 고민 후 얻은 결론을 공유한다.

많은 정보를 알고 주어진 문제를 빨리 풀어야 앞서 나가는 세상은 오래전에 분명히 지나갔다. 지난날 우리 교육은 빠른 추격자, 즉 패스트 팔로워라는 국가 상황에 발맞춰 나름대로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학생들은 학교를 전쟁터라 부르고, 부모들은 사교육으로 가정이 흔들린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퍼스트 무버가 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창의적이고 건강한 교육은 없다. 우리는 ‘교육이 없는 나라’다.

저자는 모든 교육 문제의 출발점은 고3까지 쓸데없이 어렵게 공부하고 이후는 학습 자체를 멈춰 버리게 만드는 과열된 입시와 대학 서열화라고 짚는다. 1% 인재가 들어가서 2%, 3%가 돼 졸업하는 명문대는 진짜 명문대인가. 부모의 교육열이나 사교육 과잉은 잘못된 제도를 따라가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저자는 현재 학교가 식민지 시대나 다름없기에 교육 문제는 ‘나라 탓’을 하자고 한다. 그래야 달라진다.

‘교육이 살아 있는 나라’가 되려면 궁극적으로 대학 차별화를 해서 지방 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들이 나름의 장점을 키우게 하고, 학생들도 각 대학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의대 쏠림 현상을 비롯해 서울대 ‘순혈주의’에 대한 해법, 최근 반도체 학과 신설에 대한 우려까지 거론한다.

‘용을 잡고 싶은 아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해 한 권의 철학 에세이처럼 생각거리가 가득한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독자들의 비판과 지적을 환영한다고 했다. 저자는 깊고 검은 웅덩이에 파문을 일으키려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썼다.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목경찬 / 담앤북스 / 1만5천120원

전국 방방곡곡 절을 찾아다니는 사찰 순례 전문가이자 여러 불교대학에서 교리와 불교문화를 강의하는 저자 목경찬이 전하는 우리 사찰 이야기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불교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저절로 습득한다. 더구나 불교 교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쉽게 불교를 이해하도록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100여 장에 이르는 사진을 배치해 직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살펴보게끔 구성했다.

책의 첫 장인 ‘돌부처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기저기 숨어 있는 부처님들이 품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부터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슬픔과 아픔이 함께하는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부처님 이야기를 모두 모았다. 두 번째 장인 ‘열두 동물과 나누는 법담’은 전각과 탑, 석등 들 여러 곳에 숨은 십이지신 동물들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세 번째 장 ‘사찰 속 숫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주문, 염주 개수, 타종 횟수처럼 절과 연관된 숫자들을 통해 불교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전사들의 노래

홍은전 / 오월의봄 / 1만8천900원

이 책은 2021년 12월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시위의 기원을 더듬어 보는 기록이다. 몇십 년간 지속해 온 매일의 투쟁을 통해 거대하고 견고한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 균열을 낸 싸움꾼 6인(박길연, 박김영희, 박명애, 이규식, 박경석, 노금호)의 생애가 인권기록활동가 홍은전의 글 속에서 뜨겁게 빛을 발한다. 이 여섯 개 생애사들은 장애인이 승강장에 서기까지, 시설에서 혹은 집구석에서 지역사회로 나오기까지 걸린 22년이라는 시간을 감각하도록 한다.

전장연 혹은 장애인들의 시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급작스러웠지만 전장연은 늘 해 오던 투쟁을 여전하게 할 뿐이다. 이 투쟁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며, 수십 년에 걸친 장대한 역사를 뚫고 오늘날 이곳에 ‘사건’으로 당도했다. 

이 책은 ‘비마이너’가 기획한 ‘진보적 장애인운동 기록 시리즈’의 첫 권인 「유언을 만난 세계(2021)」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장애해방운동에 온몸을 바친 열사들의 ‘죽음’에 ‘삶’으로서 응답하며 고군분투해 온 여섯 명의 생애사인 셈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휘청이며 저항했던 무수한 이들의 이야기에 이제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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