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하버 조성부지. /사진 = 인천항만공사 제공
골든하버 조성부지. /사진 = 인천항만공사 제공

올해로 개청 20주년을 맞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부동산 임대사업자로 나설 태세다.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사려는 땅을 유럽형 공중목욕장(스파시설) 운영업체에 장기 임대하려고 투자유치 활동을 벌여서다.

23일 기호일보 취재 결과, 인천경제청은 지난달 27일 인천항만공사(IPA)에 송도 9공구 골든하버 부지(전체 11개 필지 42만7천여㎡)를 사겠다는 의향을 비쳤다.

IPA는 지난 10일께 조건부 매각 의향을 인천경제청에 전달했다. IPA는 해당 부지에 자체 투자자 공모도 준비 중인 만큼 올해 안에 매각 절차를 밟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천경제청은 골든하버 부지 안 11개 필지 중 2개 필지(9만9천㎡)를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해 사고, 나머지 9개 필지는 단계를 밟아 매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매입 비용은 대략 1조1천억 원 정도로 추산한다. 인천경제청이 우선 매입하려는 땅은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테르메(Therme)그룹이 지목했다고 알려졌다. 테르메는 고대 로마시설 발달한 복잡한 공중목욕장이다. 이 회사는 루마니아와 독일을 비롯해 4곳에 힐링 스파와 웰빙 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테르메 리조트는 사계절 운영이 가능한 실내 돔 형태의 스파 공간을 식물원과 연계한 자연친화형 여가 공간으로 꾸민다. 테르메는 지난해 11월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연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인천시와 경제청 간 상호협력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테르메는 수년 전부터 송도 땅을 봐 왔다. 2017년 5월 송도 6·8공구 국제공모 대상부지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블루코어PFV와 처음으로 접촉한다.

우선협상대상자와 사업지 안에 식물원과 연계한 실내 돔 형태 스파 시설을 짓기로 수십 차례 협의했으나 없던 일이 된다. 이후 테르메는 인천경제청 주선으로 IPA와 접촉한다. 임대료(IPA가 제시한 공시지가의 7% 정도 수준) 산정 이견으로 협의를 중단한다. 민선8기 시정부가 출범한 뒤 테르메 스파·리조트 유치 사업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번에는 인천경제청이 주도한다. 올해 3월 6∼11일 4박 6일간 인천경제청 환경녹지과 직원 3명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를 방문해 테르메 부쿠레슈티 수(水) 처리 현장기술과 운영 방법을 확인한다.

같은 달 21일에는 로버트 해먼드 테르메그룹 미국 법인 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가 인천경제청을 방문한다. 이때 테르메는 바다가 보이는 골든하버 부지를 택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땅은 항만법에 따른 시설물 양도·임대 규제를 받는다. 규제 개선을 위한 관련법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이나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 토지 매입보다는 장기 임대방식을 원하는 테르메 처지에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땅이다. 문제는 인천경제청에 있다. 아무리 외투 실적이 없다고 해도 예산을 들여 땅을 매입해 유럽형 공중목욕장 운영업체에 장기 임대하는 방안이 맞느냐는 얘기다. 여기에 인천경제청이 골든하버 부지를 사려면 시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와 인천시의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테르메가 송도 9공구 골든하버 부지를 지목한 사실은 맞다"며 "아직 이 땅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가 많아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인치동 기자 airi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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