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을 앞둔 수원특례시 영통구 한 아파트가 흙으로 된 영흥공원 빗면과 붙었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아빠, 왜 아파트가 흙에 묻혔어?"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께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아들의 이 같은 물음에 뭐라고 답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최근 휴일을 맞아 가족과 입주 예정 아파트를 찾았다가 이 같은 상황에 처했다.

그는 "우리 가족 첫 집인데…"라며 "기쁘고 설레던 마음이 이제는 아파트처럼 흙에 파묻힌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건설과 토목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정상이 아닌 상황인데,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건설사 쪽이 너무 야속하다"고 했다.

해당 아파트는 수원 영통구 원천동에 있다. 1천509가구를 공급하는데, 오는 6월 준공을 목표로 2020년 8월 착공했다.

A씨가 입주할 동은 인근 영흥공원과 맞닿았는데, 한쪽 면이 지상 3층까지 토사에 가렸다. 사실상 지상 4층이 1층인 셈이다.

당초 시행사가 낸 청약 모집공고를 보면 토목 옹벽으로 일부 동 저층은 영구 음영이 발생할지 모르고, 일조와 조망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옹벽으로 음영·일조·조망에 영향을 받는 동이 전체 13개 동 중 10개 동이다.

24일 현장 확인 결과, 101∼106동과 110∼113동, 마지막 109동이 영흥공원 빗면과 닿았다.

A씨가 입주할 동은 그 중에서도 영구음영이 불가피한 곳이다. 다만, 시행사 쪽은 영구음영이 발생하는 동 저층을 분양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원 토사면과 아파트 측면이 맞닿다 보니 장마철 안전문제도 걱정된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는 "창문 바로 옆에 토사면이 붙어 황당하고 야속하다"며 "입주하자마자 장마인데 토사가 쓸려 들어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건설사 쪽은 경사면에 토사 유입과 지면 침식을 방지하려고 코아네트(사면 보호 네트)를 설치하고 조경도 했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건설사 관계자는 "토압을 견디도록 단단하게 지었고, 장마철에도 걱정 없도록 철저히 보강하겠다"고 했다.

입주 예정자들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수원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도 이날 현장을 점검했다.

조미옥(민주, 평·금곡·호매실) 위원장은 "시공사, 수원시와 우수받이 같은 개선책을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해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경사면 흙이 흘러 내리지 않도록 보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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