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따뜻한 봄이 되니 도시를 떠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맛있는 음식, 휴식할 만한 곳을 찾아서 말입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역은 살아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인구 감소 등으로 침체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인간의 가장 놀라운 특성 중 하나는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쇠퇴하지 않고 지역자원을 살려 ‘떠오르는 마을’이 있어 소개합니다. 이천의 백사면 산수유마을입니다. 이곳은 역사성과 자연환경으로 마을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먼저 ‘역사성’입니다. 조선 중종 때 일입니다. 기묘사화(1519년)로 나라가 어수선하자 한 선비가 함께 있던 다섯 명과 고향인 백사면 도립리로 돌아옵니다. 이곳에 육괴정(六槐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우의(友誼)를 다졌는데 지금은 마을의 위상을 높이는 향토문화재가 됐습니다. 그리고 마치 ‘하늘에 오르려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반룡송(蟠龍松)’이라 이름 지어진 천연기념물 소나무도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성이 살기 좋은 마을, 머물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 갑니다.

다른 하나는 ‘자연환경’입니다. 이곳의 주택들은 연한 분홍색 지붕과 벽의 조화로움이 여행객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합니다. 키다리 소나무와 자연석으로 쌓은 담장들도 아름답습니다.

여행객들에게 고향을 찾아온 듯한 정을 느끼게 합니다. 여기저기에 산수유나무가 많습니다. 이처럼 나무들을 마을에 퍼트리게 하는 일등공신이 있습니다. 바로 ‘직박구리’라는 새입니다. 이 새의 먹이는 산수유 열매로, 마을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면서 먹은 산수유 씨를 뿌립니다. 사람이 할 일을 새들이 대신하는 셈이죠. 이 역할로 온통 산수유나무가 마을에 퍼져 봄이 되면 산수유 노란 꽃이 환하게 물들고, 가을에는 산수유 열매로 빨갛습니다.

원래 이천은 쌀과 도자기축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하지만 쌀의 소비량이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이고 축제도 특정한 기간에만 열립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수유라는 자원으로 특산물, 둘레길을 걷는 힐링체험, 한옥에서 머무는 숙박 체험 등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체험형 관광상품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어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합니다.

이 마을의 ‘농촌체험휴양마을’ 이춘희 위원장은 "천연기념물인 반룡송과 같은 소중한 자연을 잘 보존하고 주민들이 자긍심과 행복을 누리는 마을로 나아가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천은 서울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습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든지 가볍게 그리고 마음 편히 가 볼 만한 곳입니다. 대도시에서 가까운 지역들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유리합니다. 다양한 문화 이벤트도 지역경제를 살리는 소재입니다. 사진 찍는 곳을 많이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사람의 얼굴이 서로 다르듯 지역마다 독특한 자원과 특성이 있습니다. 도시든 농촌이든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무엇으로 특화사업을 할 수 있는가를 모색합니다. 이것이 더 나은 마을의 미래를 만드는 길입니다.

점심을 위해 한식당을 찾았습니다. 메뉴는 비빔밥, 고추장, 당근, 양배추 등이 식탁에 차려지니 사람들은 맛에 빠집니다. 농촌 분위기에 어울리는 상차림입니다. 음식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큰 역할을 합니다. 바깥을 내다보니 빗방울이 조금 전보다 더 굵게 쏟아집니다. 필자의 마음을 읽었나 봅니다. 그곳에서 더 머무르라고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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