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와 노모 히데오(36·LA 다저스)의 올시즌 `동병상련'이 지독하리 만큼 닮은 꼴을 그리고 있다.
 
각각 소속 구단의 기둥 투수라는 기대를 안고 시즌을 시작해 나란히 부상과 부진에 눌려 `닭갈비'같은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기까지. 그리고 재기를 노리는 과정이 거울을 맞대놓은 것처럼 흡사하다.
 
올시즌 오랜 부진을 털고 일어서려던 박찬호는 5월27일(이하 한국시간) 허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복귀를 못하고 있다.
 
지난해 16승13패를 거두며 다저스의 에이스가 된 노모는 올시즌 손가락 물집에 이어 오른 어깨 회전근(로테이터커프) 근육 손상으로 7월초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기둥 투수가 빠진 소속 팀이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도 같다. 텍사스는 12일(한국시간) 현재 오클랜드에 2.5게임차 뒤진 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구단이 딱히 복귀 일정을 정해 놓지 않고 눈치를 주는 것도 비슷하다. 박찬호의 경우 8월말 복귀가 확실시 되고 있으며 노모 역시 이제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준비 중이다.
 
특히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두 투수가 약속이나 한듯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투구폼을 고쳐야 한다는 사실.
 
60년대 황금팔 톰 시버를 연상시키는 박력있는 투구폼으로 메이저리그 팬들을 사로잡았던 박찬호는 지금 투구폼 줄이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찬호는 다리와 팔을 들어올리는 와인드업 자세를 작게 줄이는 대신 아껴둔 힘을 공을 앞으로 최대한 끌고 나오는데 쏟아내는 폼을 완성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노모 역시 트레이드 마크인 `토네이도 와인드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노모의 어깨를 수술한 다저스 주치의 프랭크 조브 박사는 올시즌 노모의 공 스피드가 떨어진 원인을 그 유명한 `토네이도 와인드업'에서 찾고 있다.
 
힘이 떨어진 상태에서 지나치게 몸을 비트는 동작이 어깨에 무리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브 박사는 노모에게 특유의 와인드업 동작을 포기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올시즌 팀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한 노모로서는 반대할 명분조차 없다.
 
한때 `동양의 위력'을 대표하던 두 투수는 한 없이 추락했고 이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연 두 투수가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올시즌 박찬호는 2승4패 방어율 5.80을, 노모는 3승10패 방어율 8.06의 참담한 성적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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