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교수
백승국 인하대 교수

MZ세대 사이에서 1인당 10만 원이 넘는 오마카세 열풍이 분다. ‘맡긴다’는 일본어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요리를 주방장에게 맡긴다는 의미가 있다. 메뉴에 정해진 음식이 아니라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에 따라 주방장 재량으로 제공하는 음식이다. MZ세대는 자신의 음식 선호도와 취향에 따라 초밥 요리를 제공하는 맞춤형 오마카세에 빠졌다.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들의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 공유하는 추억의 장소로 비싼 가격의 초밥을 거침없이 선택하는 소비 현상이다.

일부 언론은 MZ세대의 소비를 SNS에 보여 주기 위한 허영의 과소비라고 평가절하한다. 허영의 과소비란 가성비를 챙기는 실용적 소비가 아니라, 자기 분수에 넘치고 실속이 없는 무분별한 소비를 의미한다. 하지만 MZ세대의 소비를 SNS에서 자신의 취향을 티 내려는 과소비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이들의 소비는 비싼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에 과감하게 지출하는 소비의 양극화를 보여 주는 상징 소비일 뿐이다. 양극화 소비는 고가의 제품을 주저 없이 구매하면서 최저가 제품도 꼼꼼하게 구매하는 이중적 성향을 보여 주는 소비 행태다.

MZ세대의 양극화 소비는 앰비슈머(ambisumer)의 소비 행태에 해당한다. 앰비슈머는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자신이 추구하는 소비 가치에 따라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동시에 저가 제품도 구매하는 양극화의 소비 패턴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예컨대 MZ세대 중에는 가방, 운동화, 액세서리 등의 고가 명품을 선택하면서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과 밀키트를 구매한다. 또한 해외여행에서 경험한 외국 음식을 먹기 위해 고급 식당의 비싼 정식을 선택하는 한편, 싼 가격의 생활용품을 당근마켓에서 구매하는 이중적 소비 형태를 보여 준다.

앰비슈머의 소비 행태를 보여 주는 MZ세대가 추구하는 소비 가치는 무엇일까? 기성세대와 달리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MZ세대는 개성이 넘치는 티 내기 문화를 만들어 간다. 기성세대의 문화적 취향이 외국 문화의 모방에서 만들어졌다면, MZ세대는 자신들의 차별화된 티 내기 문화를 당당하게 전파한다. 티 내기 문화는 음식, 패션, 음악, 영화, 게임, 여행 등 콘텐츠 선택에서 만들어진다. 타인의 문화적 취향을 모방하거나 추종하는 소비 패턴이 아니라, 자신만의 문화적 취향을 티 내기하는 선별적 소비를 지향한다.

「구별 짓기」의 저자인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사람들이 평생 경제적 자산, 사회적 자산, 상징적 자산, 문화적 자산을 축적하는 삶을 산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살아가는 방식은 문화적 자산이다. 타인과 구분되는 티 내기 문화로 각자의 문화적 취향을 만들며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기성세대에게 문화적 취향의 티 내기 문화는 낯선 개념이다. 그리고 문화적 취향을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베짱이의 놀이문화로 간주하는 고정관념이 있다.

반면 MZ세대는 기존의 소비 가치와 사회 체계에 저항하면서 자신들만의 문화적 취향을 만든다.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저항하면서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받는 수평적 문화를 요구한다. 연봉의 수치보다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기업 문화와 차별화된 복지제도로 문화적 취향을 보장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특히 자신들의 문화적 취향을 티 내기할 유연한 조직문화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를 원한다. 

경제상황이 급변하는 시기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집을 사는 영끌족과 한 푼도 쓰지 않는 무지출과 짠테크를 배우는 카톡의 거지방 활성화는 양극화 소비 행태를 보여 주는 오늘날 MZ세대의 자화상이다. 시대를 초월해 문화적 취향의 티 내기 문화는 계속 이어져 왔다. 중요한 점은 기성세대와 MZ세대의 문화적 취향을 상대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수용해야 한다. 이것이 세대 갈등을 해소하는 마법의 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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