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를 시작한 지 1주년이 된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상징하던 청와대를 거부하며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모든 것들이 바뀌리라 예상했다. 여론조사로 보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신임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다. 국민들 손으로 대통령선거를 치렀지만 우수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한 표를 했다는 말처럼 당선 후 1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에 밀려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잃어버린 야당의 기세를 누르지 못했다. 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대권을 잇지 못한 민주당은 사사건건 여당의 발길을 막아 여소야대 형국은 그들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

지난 일 년, 우리는 참으로 많은 사건들을 겪었다. 전임 정권에 이어 코로나로 침체된 경기를 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지만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일 년이 넘도록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재정수지 적자도 커진다. 수입이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는데 이를 극복할 대안은 펼쳐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제전망이 불안정하고 단기간 회복될 기미는 없는데 정부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 악재로 자국우선주의의 불평등한 거래 조건이 패권국들에 의해 강제된다. 동조하는 국가들끼리 경제구역을 만들어 우월한 조건으로 거래하고,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거나 불평등한 조건을 감수하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미·중 분쟁이 노골적으로 편 가르기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모두 수출입 비중이 높은 나라인데, 어느 한쪽 편을 들지 못하는 처지다. 무엇보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주요 교역국에 등을 보이면 그로 인한 적자는 어떻게 보전할까. 더구나 지금은 일 년이 넘게 무역수지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시점이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경제성장은 물론 나라의 신용도에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특히 세계 금융시장의 파고가 높게 치기 때문에 자칫 쓰나미가 돼 덮칠 수도 있다. 

복합 요인들로 벌어진 일이고, 정권이 꾸려진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남은 기간이 더 많다고 하지만 나라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은 한시라도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다. 물론 산적한 과제가 많겠지만 당장 먹고사는 일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 무너지는 건 한둘이 아닐 테다. 경제 주축이 되는 기업들이 무너지면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의 지지도를 알 수 있다. 역대 최저의 지지를 보이는 만큼 국민들이 현 정책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긍정보다 부정의 시선이 많아지면 정권이 펼치는 정책도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다.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번복하는 시행착오 모습이나 주변을 보지 않는 돌발 행보, 치우친 외교활동은 충격과 우려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모두 하나가 돼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들자고 시작했을 때처럼 하나가 되도록 경제 활성화에 강력한 주문을 펼쳐주길 바란다. 

물가 상승에 고금리 충격은 기업은 물론 개인들에게 상당한 압력을 준다. 코로나 사태로 사력을 다한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기업도, 가계도 빚이 넘쳐나고 금리 상승은 이를 더 무겁게 만들 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난세에 빛나는 리더십이 아쉽다. 돌발·돌출이 아닌 충분한 논의와 고려가 바탕이 된 다듬어진 정책으로 긴급한 분야부터 촘촘하게 성장 동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 심각한 수출 부진의 근원부터 장·단기 로드맵을 펼쳐 풀어내 보자. 

경제블록에 대응할 나라들을 모아 규모를 만들고, 기울지 않을 지렛대를 찾아 패권국 압력에 대응할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요 수출품목은 물론 산업마다 재고들이 쌓인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는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도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어려움을 풀어주고자 패권의 힘까지 동원한다. 악조건을 풀어보고자 세계로 발을 넓힌 기업들처럼 우리와 같은 처지의 나라들을 모아 힘을 만들고 정부가 나서서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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