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위엔위엔 앙 / 한겨레출판사 / 1만8천 원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5% 내외로 발표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1991년 이후 최저치다. 중국의 성장률 목표치가 이처럼 보수적인 이유로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갈등 영향이 꼽힌다. 그리고 또 다른 결정적 요인으로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줄곧 시행돼 온 강력한 반부패 운동의 영향을 든다.

일반적으로 부패는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부패 근절은 경제 발전을 위한 조건이라고 강조된다. 시진핑 또한 수차례 공식 연설을 통해 "부패가 공산당과 국가를 멸망으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많은 연구자가 중국은 1990년 이후 광범위한 부정부패 때문에 붕괴에 가까운 실패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만연한 부패에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이룩했고, 이제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초강대국이다. 또 시진핑의 부패 척결 노력은 오히려 성장률 둔화 원인으로 지목됐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교수이자 중국의 정치·경제와 글로벌 영향력 연구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위엔위엔 앙은 이 화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부패와 성장의 관계를 보여 줄 새로운 부패지수를 개발했고 방대한 공식 통계, 언론 보도, 2차 문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여기에 15개국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중국 공무원과 글로벌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400건 이상의 인터뷰, 부패 조사를 받은 중국 관리들에 대한 심층 분석을 더했다. 그 결과 부패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어떤 부패는 사회와 경제에 독이 되지만 어떤 부패는 단기적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위엔위엔 앙은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는 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21년 정책 입안자를 위한 커뮤니티 ‘아폴리티컬(Apolitical)’ 선정 ‘정치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건전지 엄마

강인숙·전승배 / 창비 / 1만3천500원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을 넘나들며 장르를 만들어가는 강인숙·전승배 작가의 신작 그림책이 출간됐다. 어린이집에서 다양한 일을 해결하며 아이들의 즐거움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전지 엄마’ 이야기다. 전작 「건전지 아빠」에 이어 양모 펠트 인형으로 만든 ‘AA 건전지’가 주인공이다. 작지만 일상 곳곳에서 제 몫을 다하는 건전지에 ‘가족의 사랑으로 충전’된다는 설정을 더해 독창적인 캐릭터가 탄생했다.

「건전지 아빠」는 "작가들이 공들여 촬영한 사진들로 영화에서 책으로의 변신이 풍부하다"는 평을 받으며 2022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크로스미디어 부문 최종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동명의 원작 애니는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체부장관상과 9개국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부부 작가의 포근한 상상이 돋보이는 「건전지 엄마」는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소중한 존재들이 주고받는 에너지를 따끈한 온도로 전한다. 이부자리 옆에 두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기 좋은 작품이다.

우리 셋

바루 / 여유당 / 1만3천500원

‘태아’ 시점에서 생명의 시작과 탄생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사랑하는 그녀와 그가 만나 포근한 둥지를 짓자 ‘나’는 자라게 된다. ‘나’는 콩알만 했을 때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성별이 정해지고, 빛을 느끼고, 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마침내 처음 세상에 나와 그녀와 그를 만나는 순간까지, 가슴 벅찬 9개월의 여정을 들려준다.

한 생명이 잉태되고 자라고, 세상에 나와 그녀와 그 그리고 나 ‘우리 셋’이 처음 만나는 감격스러운 순간까지, 작가는 그 신비로운 과정을 유쾌한 상상, 시적인 문장, 생생하고 부드러운 그림으로 펼쳐낸다. 생명의 시작으로 돌아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인 ‘사랑’을 마주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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