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선거연수원 초빙교수
유승희 선거연수원 초빙교수

최근 뉴스 헤드라인 중 ‘윤 대통령 당선 1년…’이란 제목을 보고 지난해 이맘때가 떠올랐다.

한 해 두 번의 선거가 있었기에 선거정치교육 강사인 나는 모의투표함과 투표용구들을 들고 꽤나 바쁘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유권자들을 만났다.

선거 참여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곧 다가올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참여를 이끌어 내고,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일이 나의 임무였다. 그래서인지 선거가 끝나면 후보자 당선 여부와 더불어 투표율 수치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이제는 고등학생이라도 만 18세 이상이라면 투표를 할 수 있다. 지난해 만 18세 유권자의 대통령 투표율은 60∼70대 투표율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71.3%로 20∼30대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그런데 지방선거는 36.1%의 현저히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다. 이유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지 않아도 학교에 나가 보니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양대 선거가 끝나고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래 유권자’ 교육을 나갔다. 두 차례 선거도 있었고, 모두는 아니라도  첫 투표권을 행사한 ‘교복 입은 유권자’들을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교실에 들어섰다.

대통령선거 때는 3월이라 만 18세가 되지 않아 투표를 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 없었겠지만 6월인 지방선거에는 과반 가까이는 될 테니 투표에 참여한 학생들이 꽤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과반 정도의 투표권을 가진 학생 중 선거에 참여한 학생은 고작 4분의 1 정도였다.

투표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했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 귀찮아서, 투표한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까, 후보자를 잘 몰라서 따위의 이유였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표권을 가진 고3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선거가 아니라 대학입시였기 때문이다. 코앞에 닥친 모의고사와 내신으로 선거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교과목의 민주주의와 정치 부분의 이론은 줄줄 외워도 후보자의 공약은커녕 후보가 누구인지, 투표용지가 몇 장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이렇게 말하는 건 고3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을 폄하하려고 하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 공약은 물론이고 과거 이력까지 찾아보며 스스로 투표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3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면 선거 참여를 높이는 환경과 구조도 더불어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일회성·이벤트성 선거교육이라도 선거 전에 이뤄져 그 시간만이라도 후보자 공약을 함께 살펴보며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투표의 중요성과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감 정도는 알려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독일이나 프랑스 등 교육 선진국처럼 정규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해 장기간 꾸준한 교육과 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케 하고 인간관계 속에서 발현되게 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에만 전적으로 맡길 게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가 연계해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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