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익 부천시장
조용익 부천시장

약속은 신뢰다. 아침마다 신경 쓰는 출근시간,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간, 다른 부서와의 회의시간 등 반복되는 하루 속에 수많은 약속이 계속해서 맺어지고 지켜진다. 일상에서 오가는 크고 작은 약속으로 인해 우리의 신뢰와 평판이 엇갈리기도 한다.

미국 사회에는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 이상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할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라이어(Liar, 거짓말쟁이)’다. 한국에서 쓰이는 거짓말쟁이와는 말의 무게가 다르다. 미국에서 상대방을 지칭해 ‘거짓말쟁이’로 힐난하는 순간, 그와는 원수지간도 각오해야 한다.

한 인간과 한 사회의 수준을 따져 물을 때 신뢰만큼 중요한 척도는 없다. 한국 사회가 점차 선진화할수록 신뢰가 갖는 사회적 중압은 지금보다 더욱 커지리라 생각한다.

정치가·행정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약속은 공약(公約)이다. 단어에서부터 사인(私人)끼리의 약속과는 다른 공기가 감돈다.

공약은 시민이 후보자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중 하나다. 당선 이후에도 이 평가는 계속된다. 공약 이행 여부로 시민은 시정 책임자를 판단하고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주의의 실체를 이루는 쌍방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시민은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고 신뢰를 쌓는다. 

공약 이행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이를 해내는 일이야말로 시민에게 선택받은 사람들이 다해야 할 의무다.

지난 4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주관 아래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2023년 민선8기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실천계획서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A등급을 받으며 공약 실천 의지와 실행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2022년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지방선거부문’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해 선거공약 측면에서 우수한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선정됐다.

칭찬과 상은 항상 고맙고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운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커지는 기대감만큼 실망감도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이러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항상 마음을 다잡게 된다. 칭찬과 상은 나를 일깨우는 채찍이자 죽비다.

부천시는 민선8기 10대 분야 95건과 4대 권역 주민생활 밀착형 52건, 총 147건의 공약을 추진 중이다. 공약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4월 실·국·소·단장과 공약사업 추진부서장 등 관계 공무원이 모여 ‘민선8기 공약 추진사항 보고회’를 열고 공약사업 추진 실적과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보고회에서 도출된 문제점과 추진 방안을 보완한 뒤 오는 10월 부천시민으로 구성한 ‘공약 이행 시민평가단’을 운영해 시민이 체감하는 현실성 높은 공약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공약 이행 시민평가단’은 공약 이행과 평가 과정에 주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민선8기 핵심 가치인 시민 소통의 실천 방안이기도 하다. 

또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약 이행 현황을 시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공약 실천 활동, 공약 지도처럼 시민 눈높이에 맞는 공약 정보도 제공한다.

올해 1분기 기준 94%의 공약이 순조롭게 추진 중이다. 완료 후 계속 이행 중인 공약으로는 ▶우리 동네 행복마을관리소 운영 ▶산재 예방·고위험 개선사업비 지원 ▶육아종합지원센터 기능 보강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조성 ▶긴급보육이 필요할 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365일 시간제 보육 ▶시민들이 시정을 직접 평가하는 시민평가제 운영 ▶시민소통 열린시장실 운영이 있다.

올해 7월 취임 1주년 맞는다. 나는 취임식에서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과 함께 답을 찾아 지방자치의 근본 철학을 실천하겠다"고 부천시민에게 약속했다. 이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공약은 지향과 현실을 동시에 담는다. 미래에 구현할 비전이면서 지금 해결해야 할 민생이 함께 들어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안팎의 조건과 요인을 고려해 지향과 현실을 잘 아울러 개선도 거듭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에게 신뢰받는 부천시정을 펼치겠다고 다시 약속한다. 시민과 약속을 지켜 건강한 민주주의가 부천시에 한층 더 깊게 뿌리내리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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