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기업 경영에서 ESG 실천 제1장 1절은 목표 달성과 성과 공유에 관한 공감대다. 전략 기획, 메시지, 실적 분석, 예상 목표, 공감 영역 등 CEO와 직원 간 충분하고도 넘칠 만큼 소통과 상호작용이 요구된다. 특히 목표와 성과에 관한 소통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 수단으로 ‘회의’와 ‘방향성’에 대한 민주적 절차에 따른 동의와 몰입,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상호 호혜적’ 가치체계다.

10여 년 전 아일랜드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보기 위해 더블린에 간 적 있다. 그곳에서 ‘기네스 맥주공장(Guinness Storehouse)’을 탐방할 기회를 얻었는데, 본관에 들어서자 바닥 투명 유리판에 깔린 계약서 양식이 눈에 들어왔다. 250년 전 더블린시(市)와 양조장 창립자의 공장 임대차계약서 원본이었다. 계약금 100파운드에 연간 45파운드, 향후 9천 년간 물 공급을 약속하는 내용이었고, 더블린시는 강 둔치 늪지대 폐양조장을 그렇게 처분했다.

안내자는 지금도 해당 금액으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셔틀록’ 기차역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그곳 역시 200여 년 전 증기기관차가 다닐 곳이었는데 주민들이 철로 개설을 반대하자 철도회사는 타고 내리는 사람이 있든 없든 이곳에서 무조건 정차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역사는 없지만 일단 정차 후 출발한다는 그 약속은 지켜진다고 했다.

비슷한 이야기로 미국 켄터기주 어느 위스키양조장은 200년 전 양조법 그대로 맛의 진정성을 위해 기계를 안 쓰고 옛날식 농기구만으로 만들어 낸다고 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 ‘진정성’, ‘소통’, ‘약속’ 같은 단어는 모든 관계자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수용돼야 하며, 그래서 회의라는 경영수단은 진정성과 소통, 약속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 그것이 ESG 경영에서 CEO가 직원, 고객, 주변 관계인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최적의 무기인 셈이다.

경영 관련 책자나 자료에 보면 금과옥조 같은 회의지침이 넘치게 제시되고 규범을 이야기한다. 물론 다 맞는 말이고 실천해야 할 지침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CEO 중심의 공간지배적 우월자 관점에서 보는 것과 직원 중심에서 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일단 사안에서 움직일 수 없는 격차(vally of death)가 무엇인지 CEO가 먼저 파악하고 준비 후 회의를 소집·개최해야 한다. 그래서 CEO를 중심으로 ▶회의 전 ▶회의 중 ▶회의 후로 구분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

우선 회의 전 필요한 조치로 회의를 통해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정의해야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통 범위(Span of communications)를 정해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토록 종용해야 한다. 그러면서 사전에 관련 자료나 의제를 공표·배포해 집중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긴급 사안이나 일상적(루틴) 주간회의 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ESG 경영 차원에서의 회의체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회의 중 지침을 생각해 보자면 일단 사전에 시간을 명확하게 공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회의가 길어질 여지도 인정해야 하지만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도 줄여야 한다. 회의 내용과 핵심 요소들이 흐트러지지 않게 회의 내용 전달 기구인 화이트보드, 태블릿PC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회의와 관계없는 주제는 부드럽게 끊는 기술도 요구된다. 

회의 후 해야 할 일도 생각해 보자. 결과나 내용은 ESG에 기초한 분명한 메시지로 구성돼야 한다. 메시지가 참석자는 물론 전 직원에게 공지될 필요가 있으면 취사선택해서 알려야 한다. 끝으로 그 결과에 대해 반드시 피드백을 받아 다시 새로운 길을 열고 신뢰를 다지며 약속을 이행하는 룰을 되풀이해야 한다. 

회의를 통한 코칭 역시 CEO의 ESG 경영 일환으로 보면 목표 달성 독려가 아니라 관련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문제 분석과 직접 해결책 제시의 컨설팅, 멘토링, 상담 등과는 조금 다른 CEO로서 ESG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 특성과 현황에 맞는 코칭을 할 필요가 있다. 대화와 질문을 통해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고, 또 스스로 변화를 돕도록 직원을 코칭하는 것 역시 ESG 경영에서의 CEO 임무다.

대기업과 같은 충분한 경영자원을 갖지 못한 중소기업은 보유한 자원을 얼마나 잘 효과 있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영 성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중소기업 CEO는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회의를 통해 해야 하고,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나 약속은 시간, 상황을 불문하고 반드시 지켜지는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SG 경영의 보이지 않는 힘이고 자산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