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내용이나 수위를 넘은 사진을 담은 홍보용 명함을 애들이 보면 어쩌나 싶었는데, 우리 애 가방에서 나오더라고요."
인천에 사는 학부모 최모(38)씨는 아들(12) 가방에서 나온 유흥업소 광고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놀란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킨 최 씨는 아들에게 사정을 물었고 그나마 안심했다.
김 군은 "카드 날리기 연습을 하려고 바닥에서 주워 모았어"라고 했고, 최 씨는 아들 가방에서 정리되지 않은 갖가지 명함이 수십 장 나오기에 아들을 믿기로 했다.
최 씨는 "학생들이 이용 대상자도 아닌데, 사행성 오락이나 술집 광고물을 왜 학교 주변에까지 뿌려 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강력하게 단속하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7일 오전 8시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주택가에는 불법 도박 광고물과 성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실린 유흥업소 광고물이 마구 뿌려져 여기저기 흩날렸다. 각 주택 입구와 이면도로까지 광고물이 넘쳐났고, 주말에 내린 비로 광고물은 바닥에 붙어 잘 떨어지지도 않아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주민 이모(64)씨는 "매일 밤 인적이 드문 시간을 골라 광고물을 뿌리고 가 한 소리 할 기회조차 없다"며 "아침마다 문 밖을 나설 때면 화가 나 전부 찢어 버리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불법 광고물은 주택가뿐만 아니라 학교 인근에도 마구 뿌린다.
같은 날 정오께 부평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도 청소년이 보기엔 부적절한 광고물들이 거리 곳곳에 널렸다.
불법 유동 광고물 살포가 지속되지만 단속은 한계에 다다랐다. 주로 심야시간대 광고물을 살포하는데다, 광고물에 실린 전화번호는 대부분 추적조차 힘든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전단지에 실린 연락처는 자동전화 발신 시스템을 이용해 번호를 무력하게 한다"며 "현장 단속으로 불법 광고물 살포행위를 근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지웅 기자 yj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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