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요즘 우리나라 실정은 빛 좋은 개살구라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10대 선진국이라 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이만저만 썩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각 분야 고위공직자급들의 비리나 부조리한 현상이 심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은 이제 써먹을 수 없다. 되레 상탁불하정(上濁不下淨)이란 말이 어울리는 세상이다. 마구잡이 법 제정과 범죄혐의자 불체포특권 속의 국회의원이나 전직 고위 판·검사, 관료들의 전관예우 속 불공정한 업무처리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평소 착한 사람을 만나면서 성선설을 믿다가도 성악설이 더 맞지 않나 싶을 정도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한국의 ‘2023. 번영지수’ 현황이 3월 9일 언론에 보도됐다. 우리나라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지수가 조사 대상 167개국 중 100위라고 한다. 평소 느끼던 바이지만,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러고도 선진국인가. 입법·행정·사법 전 영역에 대한 평가가 하위권에 머물렀다. 사법 시스템 155위, 정치인 114위, 정부 111위였다. 사법 시스템은 2013년 146위에서 2023년 155위로 9계단이나 폭락했다.

근년에 발생한 몇 가지 사건이나 재판만 봐도 이유를 알 법하다. 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거짓말) 무죄 판결과 대장동 개발시행사 고문직과 연관된 전 대법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50억 클럽 사건의 법조인들, 대법관들의 2020년 4월 15일 부정선거 재판 실태,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얼마나 국민 불신을 초래했는지 드러난다.

일반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로는 이해할 수 없다. 공정한 재판의 최후 보루여야 할 사법시스템이 무너진 것과 진배없다.

정치인은 또 왜 이리 뒤떨어졌는지, 요즘 화젯거리 국회의원 증원에 대한 그들의 주장으로 바로 알 수 있다.

지난 2월 김진표 국회의장의 50명 증원설로 시작해 국회 정개특위와 중앙선관위가 선거제 개편과 함께 토의를 진행했다. 5개 정당 발표자는 모두가 330~500명으로 늘리자고 했다. 줄여도 시원찮은 판에 이들은 별세상 족속인지, 민심을 정면으로 배신한다. 고비용·저효율, 분열과 대립의 발원지요, 180여 가지 특혜를 누리는 그들이다. 그나마 민생당 대표나 조경태 의원 같은 이는 200명 선으로 줄이자고 한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허경영 후보는 무보수·명예직에 100명으로 줄이자고 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래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때 진정 국민에게 봉사하는 이들이 선출될 것이다. 

이 밖에도 고액 연봉을 받는 로펌 김앤장과 국무총리직을 오가며 전관특혜를 누릴 대로 누리는 사례처럼 행정부 고위직의 이런 행태를 국민들은 역겨워한다. 불신의 근원이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염치나 보편적 도덕심도 없는 그들 특권층만의 별세계일 뿐이다.

이들을 뭉뚱그려 ‘고위공직자’라 한다면, 그들만의 현직 또는 퇴직 후 특혜나 특권은 성역처럼 견고하다. 문제는 이것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 행태로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때마침 이를 바로잡고자 고고성을 울린 단체가 나왔으니, 고위공직자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다. 4월 16일 출범한 이 단체는 그들의 그런 행태를 ‘전관범죄’라 했다.

발기인 중 공동대표인 장기표 선생이 눈에 띄었다. 나는 2021년 10월 기호포럼에서 ‘장기표론, 고향마을 느티나무 같은’ 제목으로 이분을 평한 바 있다. 작가로서의 내 판단이지만, 존경스럽고 실천하는 정치철학자다.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그의 열정이 이 운동을 온 국민의 지지로 이끌 것이다. 이미 언론 홍보, 1천만 명 서명운동, 국회 포위 3천 명 결사대 모집을 추진 중이다. 그는 3가지 활동계획을 부탁했는데, 입소문(전화) 혁명, 손가락(SNS) 혁명, 몸(참여) 혁명으로 임해 달라고 했다. ‘고위공직자’들의 정신 혁명과 특권 폐지가 안 되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타고르가 말한 동방의 빛은 요원하다. 그들이 한민족에게 다가오는 황금빛 운세를 막는다.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적극 협조하면 상책이다. 시조 올린다.

- 개살구 - 

 속이 시고 떫다하여
 못난이로 불렸건만
 
 약식동원 신토불이
 시방 바로 빛날 때라
 
 옳거니
 맛 좋은 개살구
 참살구가 무색해.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