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파더스 클럽

강혁진 등 / 미디어창비 / 1만5천30원

딩동. 일요일 밤 지친 몸으로 맥주 한 캔을 따기 직전 알람이 울린다. 아빠들의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반가운 소리다. 돌봄과 양육이라는 임무를 처음 부여받고 일과 가족 사이에서 휘청대는 이 세상 모든 신입 부모의 목소리를 담아 일요일마다 메일함의 문을 두드리는 옆집 아빠들의 성장일기를 엮은 에세이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됐다.

지금 여기, 기록적인 저출생 시대에 ‘아빠’라는 자아를 품고 배우자와 함께 육아라는 이인삼각 경기에 뛰어든 아빠들이 있다. 바로 ‘썬데이 파더스 클럽’ 아빠들이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성별도 나이도 각기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 다섯 명이 모여 매주 일요일 오후 9시에 이메일로 발행하는 육아일기 뉴스레터다. 마케터, 금융서비스기업 콘텐츠 제작자, 투자자,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밀레니얼 아빠들이 육아휴직에서 더 나아가 직접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 돌봄의 경험을 나누고자 시작한 뉴스레터지만 이 초보 부모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언론의 주목까지 받게 됐다.

저출생을 주제로 하는 EBS 다큐프라임 3부작 다큐멘터리, 더 이상 ‘독박’ 육아는 없다는 취지의 MBC 뉴스데스크 출연을 포함해 주요 일간지 인터뷰까지. 사실 이렇게까지 뜨거운 주목을 받을 줄 몰랐던 저자들은 아빠들의 이야기가 조명받지 않는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지, 한번에 바뀌긴 어렵겠지만 엄마가 아닌 다양한 양육자의 모습이 더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누구에게나 돌봄과 양육은 처음이다. 이 새로운 일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조금은 서툴지라도 진심을 다해 잘해내고 싶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육아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보조 양육자에 머물렀던 아빠들이 주 양육자가 돼 돌봄 현장의 한가운데에 서는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변과 관계 맺는 법을 가르쳐 준다. 새로이 맞는 양육의 세계에서 아빠들의 서툰 육아일기가 성장일기처럼 읽히는 이유일지도. 돌봄 현장이라는 그 낯설고 이상한 세계로 다같이 들어가 보자. 

인구소멸과 로컬리즘

전영수 / 라의눈 / 2만2천500원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어느 나라도 가 보지 못한 길을 간다. 인구소멸의 정도와 속도는 충격이어서 낭떠러지로 폭주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상식을 초월한 상상력과 고정관념을 깬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가 충격적이면 대응도 그에 준하는 깊이와 범위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생사 기로에 선 대한민국 지방도시를 위한 다양한 전략과 아이디어로 채워졌다. 우리는 최신 이론과 선진 사례를 등대 삼아 우리만의 항해법이 필요하다. 지난 20년간 380조 원을 퍼부어도 별무효과였다면 이제 생각도 방법도 바꿔야 한다. 새로운 ‘로컬리즘’이란 관성과 보신주의를 버릴 용기와 한계, 고정관념을 돌파할 대담함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뉴 로컬리즘의 길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절망의 공간이 희망의 현장으로 바뀐다.

한 여자를 사랑하였다

박경숙 / 문이당 /1만4천400원

윤희림은 아이를 잃고 이혼한 뒤 자포자기 심정으로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아무 연고도 없는 백인 동네에서 산다. 스스로 선택한 고독한 생활에 어린 시절 형제처럼 지내던 최길수의 방문을 받고, 그가 떠난 후 LA에 발생한 지진을 맞는다. 문득 삶에 대한 두려움에 자신이 혼자임을 인지한 희림은 아침 산책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그는 가톨릭 사제였다. 사랑을 시작한 그들에겐 방황과 고통이 이어진다. 탁 신부는 흡사 햄릿처럼 방황을 계속했고, 희림은 오필리아와 방불했다. 탁 신부는 자신의 특수한 신분으로 여성들과의 관계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희림은 스스로 상처를 받고 그를 떠날 결심을 한다. 사랑으로 인한 아픔은 희림이 대학시절 이후 손을 놓은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침 LA 출장을 와 희림을 다시 만난 길수는 그녀가 또 어떤 아픔에 직면했음을 감지하고 그녀를 돕기로 한다. 길수의 도움으로 한인타운에 아틀리에를 마련한 희림은 작업에 몰두하고, 3년 후 고국의 IMF 사태로 파산한 길수를 다시 만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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