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아침재단은 10일 오전 7시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제431회 새얼아침대화를 열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강사로 나와 ‘설계되지 않은 성공, 한류’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한류의 큰 성공에 기여한 여러 과정들을 소개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로 흥미로운 강연을 시작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외국 영화들을 모두 국내 영화사가 수입해 극장에 배급하는 간접 배급 방식으로 상영했다. 하지만 1986년 영화법이 개정되며 외국 영화사들의 직접 배급이 가능해져 외화 비중이 컸던 국내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급기야 1988년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위험한 정사’가 상영된 서울 명동 코리아극장과 신영극장에서 뱀 여러 마리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뒤늦게 밝혀진 사건의 배후는 국내 유명 영화감독이었다. 영화법이 개정되며 외국 자본에 밀려 국내 영화시장에 들이닥친 위기감과 반미 감정으로 발생한 충격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내 영화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시장은 본격 개방을 시작한다. 개정된 영화법에 의해 외화 수입 프린트(필름) 수 제한이 폐지되며 전국 모든 극장에 외국 영화사가 직접 배급하는 영화가 상영됐다.

김 연구원은 "영화시장이 본격 개방되며 산업화를 시작했다"며 "이후 영화산업 통제가 점차 사라지고 한국 문화산업을 지원하는 거버넌스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쥬라기 공원’ 1년 흥행 수입이 우리나라 차 수출 150만 대와 맞먹는 수치가 나오면서 당시 큰 충격을 줬다"며 "우리나라 영화산업을 일으킨 큰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영화계 침체 우려 속 갑자기 개방된 ‘위기’는 곧 ‘기회’를 만들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후 민주화가 확산되며 자유로운 제작 환경이 조성되고 경쟁이 심화돼 문화산업의 질적 도약을 이뤘다.

더구나 방송국에서는 드라마 수출을 목적으로 상사맨을 채용하고 해외로 직접 나가 판로를 개척했다. 이후 김수현 작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 수출돼 1997년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한류라는 단어의 기원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2021년 ‘오징어게임’이 28일간 누적 시청 시간 16억5천45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최고 기록을 보유 중이다.

결국 개방으로 침체를 맞은 한국 영화를 시작으로 문화에서 산업으로 점차 바뀌고 세대교체가 이뤄져 정책적으로 민간투자가 가능하도록 흐름이 만들어졌다. 논쟁의 중심이 문화에서 경제로 넘어가며 산업화를 이뤄 한류라는 설계되지 않은 거대한 성공을 이룬 셈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코로나로 침체에 빠진 영화산업이 OTT 시장에서 다시 한번 흐름을 타고 세대교체를 이뤄 성장해야 한다"며 "개방도 중요하지만 어떤 흐름 속에서 개발하는 게 중요한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민영 인턴기자 sm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