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누구나 감추고 싶은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저보다 두 살 많은 형님은 성격이 활발하고 매사 자신감이 강해서였는지 어릴 때부터 늘 골목대장이었습니다. 몸이 허약했던 저는 그런 형에게 의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친척 집 대문 앞에 개 한 마리가 묶여 있었는데, 개 곁을 지나가는 형은 제가 알던 형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마치 밤도둑이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걷듯이 형은 겁에 질려 담벼락에 몸을 바짝 붙인 채로 걸었습니다. 형의 그런 모습이 무척 의아했고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나중에 어머니에게서 설명을 듣고서야 형을 이해했습니다. 대여섯 살 때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충격이 형의 콤플렉스가 돼 버려서인지 개를 마주칠 때마다 숨거나 도망치곤 했던 겁니다.

어느 날 문득 ‘당당한 형의 모습과 개를 극도로 무서워하는 형의 모습 중 무엇이 형의 진짜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어른이 돼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누구나 양면성을 가졌다는 것, 즉 장점도 있지만 감추고 싶은 자신만의 콤플렉스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 독약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촉진제가 되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콤플렉스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김사업)에 세계적인 석학이 TV에서 자신의 콤플렉스에 관해 말한 내용이 나옵니다.

사회자가 세계적인 석학이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그는 명쾌하게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의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은 게 불만이었어요. 사춘기 때 하숙집 방에 누워 우연히 벽에 걸린 내 바지를 봤죠. 무척 짧아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키가 작은 게 콤플렉스가 돼 사귀고 싶은 여학생에게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자살까지도 생각했었죠.

어느 날, 죽을 마음으로 바닷가 벼랑 꼭대기에서 시퍼런 바닷물을 보고 있을 때 새끼 거북이 한 마리가 거센 파도를 맞으며 바위 위로 기어오르더군요. 밀려나면 기어오르고, 밀려나면 다시 기어올랐습니다. 그때 문득 내면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작은 놈도 거센 파도를 이겨 내며 사는데, 육신이 멀쩡한 내가 키 작은 것 하나 때문에 인생을 끝내다니, 머저리 같은 놈, 분하지도 않냐?’

그때부터 생각을 바꿔 어떻게 해서라도 성공해서 키가 작은 한을 풀겠다고 다짐했죠. 그래서 신체조건과 무관한 학문의 길을 택했고, 마침내 석학이 됐습니다. 만약 내가 쭉 뻗은 다리를 가진 늘씬한 신체의 소유자였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맞습니다. 자신의 콤플렉스가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됐던 겁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콤플렉스에 대한 생각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달리하자 그때부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에, 즉 학문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아직도 작은 키가 콤플렉스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저를 존경하고 따르는 여성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그의 이 농담에서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사람의 여유로움을 느꼈습니다. 키가 작냐 크냐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이 그 사람의 행복이나 불행, 성공이나 실패를 결정짓지는 못합니다. 다만,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다행히도 해석만큼은 순전히 각자의 몫입니다. 그러니 누구라도 행복하고 성공하는 거죠.

가만히 눈을 감고 다음의 질문을 제게 던져 봅니다. ‘나의 콤플렉스는 무얼까?’, ‘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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