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문명의 발달은 탐구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이기주의 결과다. 이기주의는 결과적으로 인간을 멸망에 이르게 한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물난리, 산사태, 그 어느 것 하나도 문명의 발달과 개인이기주의, 더 나아가 집단이기주의와 무관치 않다.

유전 개발, 화학물질 개발, 핵물질 발명, 전기 발명, 모터 등 각종 기계기구 발명, 그런 일련의 것들은 편리함 못지않게 환경 파괴라는 재앙을 수반한다. 그 개발이나 발명이 물질만능 시대를 초래하고, 소비가 미덕인 세상을 만든다. 결국 환경오염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대기환경오염, 수질환경오염, 토양환경오염으로 전 지구가 몸살을 앓는다. 지구가 재채기를 하고, 치를 떨고, 열을 토해내고, 인간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이기주의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한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들은 한강물을 마시는 것은 물론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사용한다. 한강이 오염되면 우리나라 절반이 넘는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때로는 죽게 할 수 있다. 그런 한강 상류에는 춘천시를 비롯한 11개 시·군이 있으며,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배출하는 생활오수 따위가 한강으로 유입된다.

정부는 일찍이 한강 수질을 개선하고 보전하고자 강변에서 일정 거리를 수변구역으로 정해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관리해 왔다. 특별대책지역에서는 일반음식점, 공동주택 신축 또는 용도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세수를 높이고 주민 소득을 증대시킬 목적 등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부적절한 오수처리시설을 한 음식점이나 민박시설 허가, 공동주택 신축 허가, 수상레저사업 신·증설 허가를 함으로써 한강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수해 전 감사원이 지적한 적도 있었다.

이기주의가 몰고 온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2011년 7월 27일 430㎜ 폭우로 서울시 서초구 우면산 일대가 매몰되고 고립되는 재해가 발생했다. 그 피해가 적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쑥대밭’이라고 했다. 또 서울 광화문 등 일부 지역에서도 침수 등 물난리를 겪었다. 그 원인을 전문가들은 화강암 위에 흙이 쌓인 구조로 지질에 원인을 두기도, 시간당 처리 가능한 하수관 용량을 초과한 폭우 때문으로, 도시 90% 이상이 불투수 아스팔트로 포장돼 빗물을 흡수할 자연 지반이 절대 부족해서라는 등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가 이기주의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로 기후가 급격히 변했다. 한쪽에서는 잦은 비와 강풍을 동반한 폭우, 폭설이 시도 때도 없이 내린다. 쏟아지는 비의 양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그런 기후변화 원인 또한 이기주의 때문이다. 개인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 결과다. 자기편의주의에 맞게 자동차 등 기계·기구를 남용하고, 사람 사는 곳이면 예외 없이 땅을 꽁꽁 봉해 버렸다.

땅도 숨을 쉬고 물을 머금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들이 땅을 아스팔트로 단단히 봉해 버린다. 산에는 나무가 하늘을 가려 햇빛을 볼 수 없다. 나무가 무성한 산은 물도 풀도 없다. 그런 경사진 땅에 갑자기 쏟아진 비에 산사태가 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것 또한 이기주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이기주의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환경오염은 언제 어디서나 자연재난을 불러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래의 인류를 위해 이기주의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미덕이 필요하다. 특히 환경오염을 생각한다면 과다한 이기주의는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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