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주변 지역 주민들의 집단 암·호흡기 질환 발병과 주변 환경 간 역학 관련성이 없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일부 산단 주변 대기오염 수준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해 살려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나타났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16일 이같은 내용의 ‘제3기 전국 9개 산단 주변 지역 주민 환경오염도 노출과 건강영향조사(제3기)’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울산대 의대를 비롯해 7개 대학 연구진과 함께 2018∼2022년 5년간 진행했다. 제1기와 제2기 결과를 바탕으로 생체 모니터링과 함께 2003~2021년 병·의원 방문 자료를 이용해 과거 질환을 추적 조사하는 ‘후향형 코호트’ 방식으로 산단 환경 요인과 질환 간 관련성을 살펴봤다.

해당 산단은 광양·시화·반월·여수·울산·온산·포항 7개 국가산단과 대산·청주  2개 일반산단이다.

환경 오염도를 보면 일부 산단 주변의 대기 중 중금속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벤젠) 농도가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다만 국제 사회에서 통용하는 대기환경기준보다는 낮았다.

포항산단 대기 중 납 평균 농도는 0.032㎍/㎥로 대기환경기준인 0.5㎍/㎥보다 낮다. 울산산단 벤젠 평균 농도는 0.73ppb로 대기환경기준인 1.5ppb를 넘진 않았다.

체내 유해물질 농도 조사에서는 대상 주민 2천99명 중 45명(2%)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안한 국제 권고치보다 높아 노출 감시가 필요하다고 나타났다. 반면 2천54명(98%)의 체내 납·수은 따위 중금속 농도는 국제 권고치보다 낮았다.

천식과 당뇨병, 알츠하이머, 아토피피부염 따위 29종의 만성질환 조사에서는 산단별로 차이가 있으나 상당 부분의 질환이 대조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대조 지역은 산단에서 5㎞ 떨어진 곳과 인구와 사회환경이 유사한 지역을 말한다. 사실상 주변환경 간 역학 관련성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광양·시화·반월·포항·청주 산단 지역에서 기타상기도질환, 광양·울산·청주 산단 지역에서는 만성하기도질환이 각각 다소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생활습관과 연령 같은 질환 발생 원인이 다양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과학원은 올해부터 5년간 추진할 4기 사업에서는 3기 결과를 바탕으로 당초 산단의 오염물질 배출 영향권을 다시 검토해 조사 지역을 확대·조정하고 환경오염 실태 노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체내 유해물질 농도가 대체로 높은 주민에 대해서는 추적 관찰과 함께 질환관리 서비스를 한다. 대상은 ▶체내 납·카드뮴·크롬·수은 농도가 국제 권고치 초과자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의 전국 벤젠 대사체 농도분포 중 통계로 상위 5%에 해당하는 값을 초과한 주민 ▶9개 산단 주변 주민 중 체내 유해물질 농도 분석 신규 희망자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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