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용인특례시 기흥구 신축 전원주택 단지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쓴 펼침막이 걸렸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21일 용인특례시 기흥구 신축 전원주택 단지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쓴 펼침막이 걸렸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정당하게 계약도 하고 잔금도 준비했는데…."

용인 타운하우스 바젤빌리지 입주자 A씨가 속내를 토로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바젤빌리지 분양을 받아 14억9천700만 원에 입주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입주했지만 5개월째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못했고, 외려 무단 점유했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A씨는 "(시행·시공사·은행 간) 분쟁으로 잔금 처리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가능한 일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21일 기호일보 취재 결과, 시행사와 시공사, 자금을 대출한 은행 간 다툼 탓에 입주자인 A씨만 골탕을 먹는 형국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6월 바젤빌리지 입주계약을 체결한 A씨는 계약금과 중도금 각 1억5천만 원씩을 지불했다.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일원에 자리잡은 바젤빌리지는 단독주택 8개 동으로 구성했다. 전체 1천560㎡ 터에 1개 동마다 건축총면적은 155㎡로 2개 타입 복층 구조다.

잔금은 10억5천만 원으로 당초 계약금보다 1억5천만 원이 줄었다. 지난해 9월께 자금 압박을 받은 시행사가 계약금을 낮췄다.

앞서 B시행사와 C시공사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10월 29일 착공했다. 준공예정일은 지난해 6월 말이다.

시행사는 같은 해 10월 19일 토지비와 건설자금 명목으로 경기남부수협 한 지점에서 43억6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이 가운데 요청한 건설자금은 27억9천만 원이다.

임대보증금이나 분양대금은 대출금 상환에 쓴다는 특약도 넣고, 준공 물건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다는 담보제공 약정서에 서명도 했다.

시공사도 책임준공 확약서와 도급계약 연대보증,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경우 유치권과 시공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냈다.

문제가 터진 시기는 지난해 10월께다. 시행사가 자금 압박으로 분양대금을 깎아준 시기와 겹친다.

지난해 8월 4개 동이 먼저 사용승인(준공)을 받았지만 시행사는 은행에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은행은 같은 해 10월 26일 시행사에 ‘기한이익상실’ 예고장을 보냈다. 기한이익상실은 담보 가치 하락 따위로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만기 전 회수하는 제도다. 도급계약서 사문서 위조, 수분양자 무단 점유가 기한이익상실을 예고한 까닭이다.

시행사가 대출을 받을 때 제출한 도급계약 금약은 27억9천만 원이지만, 시공사와 체결한 도급금액은 37억9천만 원이다.

시행사는 대출을 받을 때 분양대금을 대출금 상환에 쓴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A씨가 지급한 3억 원을 썼다. 시행사 쪽은 "분양대금을 대출금 상환에 우선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당시 시행사와 시공사는 다툼이 한창이었다. 공사대금 미지급과 추가 공사비(설계변경)에 대한 이견으로 유치권을 행사하고 근저당(7억5천만 원)도 설정했다.

시행사가 공사대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25억1천만 원이다. 계약금액(37억9천만 원)의 66%다. 은행 대출 건설자금(27억9천만 원) 기준으로는 90%다.

시행·시공사는 애초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10일 안에 골조공사를 마무리하고 외부 공사를 마감한 뒤 각각 30%, 준공한 뒤 30일 안에 대금 10%를 지급하기로 했다.

시행사는 시공사에서 빌린 6억5천만 원도 갚지 않았다. 시행사 쪽은 "바젤빌리지 2차 부지 대출에 따른 자기자본금이 부족해 빌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11월 11일 시행사·시공사·은행 간 협의로 부동산담보신탁으로 전환했다. 은행이 1순위 채권 56억3천만 원을 설정하고, 시공사가 2순위로 40억 원을 잡았다.

신탁으로 전환한 뒤 다툼은 더 심해졌다. 시행사는 "건설자금 90%(대출금 기준)를 지급한 만큼 남은 차액만 설정했어야 한다"며 "은행과 시공사가 사업을 송두리째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건축 관계자 변경 신고서에 시공사를 명시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시공사는 채권을 보존하려고 건설대금 미지급액에다 빌려 준 돈과 추가 공사비를 모두 설정액에 더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쪽은 "시행사와 시공사 합의로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며 "각 대표자가 도장을 찍고 서명 날인을 하고 간인도 했는데 시행사만 몰랐다며 잡아뗀다"고 주장했다.

은행 관계자는 "건축 관계자 변경신고서는 신탁사에 요청해 작성했다"며 "2순위 채권 설정은 시공사가 설정한 근저당 해제를 위한 조치였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께 신탁사와 은행 쪽에서 불법 거주한다는 내용증명을 2차례 받았다.

A씨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많은데 해 줄 말이 없다"며 "분쟁이 결론날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으로, 달리 방법이 없으면 이사도 고려한다"고 했다.

한편, 시행사는 대출 계약 직전 은행 지점장에게 현금 1천500만 원과 500만 원어치 상품권을 줬다. 지점장은 현금은 계좌로 다시 송금하고, 상품권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돌려줬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