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가량 모래가 쓸려나가 해수욕장 기능을 잃지 않을까 걱정되는 왕산해수욕장 남쪽 모습.
2m가량 모래가 쓸려나가 해수욕장 기능을 잃지 않을까 걱정되는 왕산해수욕장 남쪽 모습.

인천시 중구가 심각한 모래 유실로 해수욕장 기능을 잃을까 우려하는 왕산해수욕장 침식 원인을 인공구조물인 ‘왕산마리나’로 지목하고,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려고 용역을 발주했다.

21일 구에 따르면 해안선이 1㎞가량인 왕산해수욕장은 해류에 따라 해안 모래가 여름에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겨울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복원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요트 300척이 정박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 요트 정박시설인 왕산마리나를 조성한 뒤 해안선 복원력이 사라졌다고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은 주장한다.

침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안선 북쪽에 인공시설물인 왕산마리나를 조성한 뒤 해류 이동을 차단하면서 북쪽은 모래가 12.8m나 쌓이는 반면 남쪽은 8.2m나 없어지며 복원력이 사라진 상태다.

이 때문에 해수욕장 남쪽은 조류에 쓸려 나간 뒤 회복하지 못한 모래언덕이 2m가량 푹 꺼진 채 100~200m씩 이어진데다, 해안가 백사장에는 모래 구경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이처럼 급격한 해안침식으로 해수욕장 기능 상실이 우려되면서 구는 지난 수년간 모래 수백t을 백사장에 뿌렸지만 모래 유실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상인과 어민들은 관광객 감소와 어족 자원 고갈로 생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강동규 용유동 주민자치회장은 "왕산마리나를 조성한 뒤 생계 터전인 해수욕장 모래가 급격히 유실돼 이제는 상인과 주민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왕산마리나 조성 전 주민들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구는 해안침식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려고 지난 18일 왕산해수욕장에서 ‘왕산해수욕장 침식대책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전문기관인 ‘아이엔씨 엔지니어링’에 용역을 의뢰했다.

용역은 11월까지 진행하는데, 원인 규명과 저감 대책을 제시하고 앞으로 용역 결과를 해양수산부 연안정비기본계획에 반영해 국비 신청과 함께 왕산마리나에 책임이 있다면 원인자 부담을 요구할 계획이다.

구는 해안침식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는 단기 방안으로 침식 해안에 모래를 보급해 인공해변을 조성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김정헌 구청장은 "왕산해수욕장 모래 유실은 단순히 모래가 없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상인과 어민 생계마저 위협한다"며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 주민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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