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 하세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 개봉과 동시에 유행어가 된 말이다. 이전까지 드라마 ‘대장금’으로 단아함의 대명사였던 배우 이영애의 파격적인 변신은 당시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마지막 파트로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와는 달리 여성의 복수극이 중심을 이룬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자는 복수를 통해 영혼의 구원을 얻고자 했다. 

1991년부터 13년간 이금자는 경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녀의 죄목은 어린이 유괴 살해죄였다. 당시 금자의 나이는 고작 스무 살이었다. 사건 용의자로 이금자의 얼굴이 처음 매스컴에 타던 날, 사람들은 그녀의 끔찍한 범행만큼이나 아름다운 외모에 놀랐다. 자신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교도소에 수감된 이금자는 처음엔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이내 천사로 소문이 날 만큼 남다른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으로 타의 모범이 됐다. 

그렇게 복역을 마친 이금자는 출소와 동시에 180도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출소 날, 금자와 가깝게 지낸 전도사가 ‘앞으로는 죄 짓지 말고 살라’며 두부를 건넸지만 금자는 두부를 바닥에 떨어트리곤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며 쌀쌀맞게 돌아섰다. 사실 금자는 13년 내내 복수를 계획했다. 감옥에서 그녀가 타 수감자에게 잊지 못할 선행을 베푼 까닭은 모두 출소 후 복수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금자에게 마음의 빚을 진 동료들은 출소 후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제공하는 방식으로 금자의 복수를 도왔다. 

복수의 원인이 된 13년 전 그날의 진실은 이랬다. 열아홉에 미혼모가 된 이금자는 갈 곳이 없어 교생선생님 집에서 잠시 지내는데, 그때 백 선생의 범죄가 시작됐다. 금자는 백 선생의 궤변인 돈만 받으면 아이는 부모 품으로 돌아간다는 ‘착한 유괴’를 믿으며 어린아이와 함께 지냈다. 즉, 백 선생의 범죄에 일정 부분 동조했다. 그러나 착한 유괴는 없었고, 백 선생이라는 악마는 금자의 딸을 볼모로 잡아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게 했다. 그 결과 금자는 13년을 복역해야 했고, 딸과 생이별을 해야 했으며, 씻을 수 없는 죄책감에도 시달려야 했다. 

현재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백한상을 찾아낸 금자는 분노에 찬 복수의 문턱에서 그가 지은 또 다른 여러 범죄도 밝혀 낸다. 이 죄 많은 인간을 경찰에 넘길 것인가, 희생자 부모들과 함께 사적 응징을 할 것인가. 딜레마에 선 금자와 부모들은 결국 사적 응징을 택한다. 그렇게 그녀의 복수는 드디어 끝이 났지만 금자의 눈에서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허무함인지 알 길 없는 눈물이 흐른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배우 이영애의 완벽한 연기 변신을 보여 준 작품이자,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여성 서사가 본격 막을 올린 첫 번째 영화다. 영화 속 금자 씨는 사적 응징이란 방식으로 복수를 감행하지만, 끝내 자신이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이나 실수에 대한 영혼의 구원은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말미에 금자는 더 이상 죄 짓지 않겠다는 의미로 흰 두부 모양 케이크에 얼굴을 묻는다. 앞으로도 이금자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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