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인류의 문화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발명이 과거에는 바퀴(wheel)라고 했는데, 요즘은 모터(Motor)를 꼽는다. 모터는 전기, 증기 등 각종 에너지들이 힘으로 전환하는 데 역할을 한다. 요즘은 칫솔까지 모터를 이용해 편리하게 사용한다고 하니 따져 보면 인간의 생활 구석구석에 모터의 영향은 대단하다. 

그런데 인간의 외부 환경에만 모터의 힘이 작용하는 게 아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도 일종의 모터가 있다. 인간의 생각이나 뜻을 행동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있는데, 이러한 인간의 마음속 모터를 동기(動機)라고 부른다.

현대의 거의 모든 기계와 도구에 모터가 작동되듯 인간의 거의 모든 행위는 동기의 힘으로 작동한다. 모터(Motor)나 모티브(Motive)란 영어는 모두 헬라어 모톰(Motom)이란 말에서 나왔는데, 그 뜻은 ‘움직인다’다. 모터가 여러 가지 에너지를 활동력으로 바꾸듯이 인간에게 있어 동기는 인간의 정신과 뜻을 행위로 바꾼다.

미국 사상가인 에머슨(R. W Emerson)의 체험담이다. 여름휴가 때 시골에서 암소를 외양간으로 끌어 넣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에머슨은 잡아당겨도 보고 회초리로 때려도 보고 모든 방법을 다 썼지만 소는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젖을 짜기 위해 고용된 소녀가 있었는데, 에머슨의 고투를 보고 웃으며 구경하다가 암소에게 다가가더니 손가락에 침을 발라 소의 입에 발라주고는 소의 머리를 꼬옥 껴안아 주면서 곧바로 외양간으로 몰고 갔다. 소와 소녀 사이의 사랑의 커뮤니케이션이 소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된 셈이었다. 그래서 에머슨은 모든 인간의 활동에 가장 큰 성과를 나타내려면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동기가 학습효과를 최대치로 높인다는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육이론가가 됐다.

사람에게 있어 동기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내부에서 오는 동기(Intrinsic Motive),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오는 동기(Extrinsic Motive)다. 심리학에서 말(馬)을 다루는 데 비유해 내부의 동기를 당근(Carrot)이라 하고, 외부의 동기를 회초리(Cane)라고 부른다. 내부의 동기는 스스로 좋아서 자진해서 움직이게 하는 힘이고, 외부의 동기는 회초리로 때려서 짐승을 몰아가듯 바깥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힘을 말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 사랑과 신뢰는 당근과 같은 내부의 동기이고, 법이나 환경 같은 요소는 회초리 같은 외부의 동기가 된다. 그런데 사람이 성숙할수록 외부 동기보다는 내부의 동기에 의한 활동력이 커지고, 또 내부의 동기에 의한 활동력일수록 지구력과 활동력의 힘이 커진다는 게 교육심리학 이론이다.

고난(苦難)도 축복이란 말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괴로움이나 아픔, 실패 같은 것이 하나의 동기가 된다는 뜻이다. 조건이 나쁘니까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생긴다. 실제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이 강한 동기가 되고, 그로 인해 불리한 조건이 도약의 기반이 된다. 

등산가들은 험한 암벽을 등반할 때 초보자들에게 가장 좋은 훈련은 암벽 중간에서 내려갈 수 없는 막다른 처지에 놓이는 상황이라 한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통과하고 나면 초보자 딱지를 면하게 된다고 한다. 내려갈 수 없을 때 올라갈 힘이 생긴다는 역리가 인생에도 적용된다.

케네디(John F. Kennedy)대통령은 어렸을 적에 무척이나 겁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케네디의 겁을 없애 주려고 어느 날 케네디가 좋아하는 빨간 베레모를 높은 담 위에 올려놓았다. 케네디는 무섭고 겁이 났지만 그 담 위를 기어 올라가서 모자를 가지고 내려왔다. 그 후부터 케네디는 겁이 없어졌다. 

"고생이 약"이라는 말도 있고, "귀여운 아이는 빈손으로 여행을 시키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는데, 이것은 아이의 동기를 말살하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그대들, 동기(動機)는 힘이다. 그리고 어렵고 위험한 동기는 더 강한 힘이다. 그대들이 미처 그대들에게 기대하지도 못했던 그런 힘이 괴로움, 아픔, 실패 같은 것이 동기가 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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