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에 운명이라는 게 있을까? 운명을 믿는 사람들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하며 순응하는 삶을 살아간다. 한편, 정해진 길은 없고 인생은 개척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맞는지는 누구도 단언하지 못한다. 그저 살아가면서 개개인의 가치관으로 정립될 뿐이다. 오늘 소개하는 2008년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는 운명의 의미를 강조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모든 건 정해진 운명대로 될 테니 두 손, 두 발 놓고 기다리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선물 같은 운명을 완성하는 서사를 담았다. 

국수가게를 운영하는 거위 아버지는 대대로 이어온 가업을 외동아들 포가 이을 거라 굳게 믿는다. 그러나 포는 아버지의 기대와는 다른 삶을 꿈꾼다. 아들의 꿈은 쿵푸 마스터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어른인 대사부는 악당 타이렁이 돌아온다고 예언했다. 그리고 타이렁에게서 마을을 구해 낼 ‘용의 전사’를 뽑는 행사를 개최한다. 

포는 누구보다 빨리 행사장에 가고 싶었지만 국수와 만두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가다 보니 시간이 지체돼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굳게 닫힌 행사장 상황이 궁금했던 포는 폭죽을 이용해 높은 담을 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아차차, 그만 대사부 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대사부는 포를 용의 전사로 지목한다. 사실 용의 전사는 오랜 수련을 거친 무적의 5인방 중 한 명일 거라고 모두 예상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국수가게 아들 포가 용의 전사가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포는 유연하고 민첩한 동작이 핵심인 쿵푸와는 어울리지 않는 푸짐한 몸매의 팬더였다. 

먹는 일 말고는 딱히 잘하는 게 없는 포는 자신을 못미더워 하는 쿵푸 스승인 시푸 사부 밑에서 수련한다. 당연히 그 과정은 엉망진창이었다. 도저히 포를 선택된 용의 전사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시푸는 대사부에게 지목 철회를 요청하지만 대사부는 "믿으라"고만 할 뿐이다. 결국 시푸는 무적의 5인방과는 다른 방법으로 포에게 쿵푸를 전수한다. 그것은 바로 식욕을 이용하는 것. 먹기를 좋아하는 포는 음식이 걸린 대결에서 초인적인 힘과 집중력을 발휘하며 무술을 터득해 간다. 과연 용의 전사로 지목된 쿵푸팬더 포는 악당 타이렁에 맞서 마을의 평화를 지켜 낼까?  

팬더, 거북이, 호랑이, 거위, 학 등 온갖 동물로 가득한 ‘쿵푸팬더’는 아이들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출렁이는 뱃살을 안고서 만두를 한 개라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무술을 연마하는 과정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 작품은 믿음을 통한 성장을 말한다. 결국 포가 용의 전사로 성장하는 중심에는 대사부가 말한 믿음이 있었다. 믿음이라는 토양 위에서 포를 위한 맞춤 교육을 해 준 사부, 그를 응원하고 지지해 준 무적의 5인방,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우직하게 수양에 정진한 포의 노력이라는 삼박자 덕에 용의 전사라는 운명의 퍼즐은 완성됐다. 

작품 속에선 팬더 포만이 운명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로 묘사되지만, 현실의 우리는 모두 선택 받은 자들이다. 자신을 가둔 두려움과 선입견을 깨고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믿고 도전한다면 내 안의 가능성을 펼칠 운명의 날이 분명 찾아올 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변을 돌아보고 응원의 힘을 보낸다면 분명 그 길은 더욱 찬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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