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가 마침내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이하 SF)볼 장착'을 선언했다.
 
박찬호는 지난 16일 뉴올리언스 제퍼스와의 트리플A 재활 경기를 마친 후 “경기 후반SF볼을 던져 효과를 봤다”며 강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2002년 처음 SF볼에 관심을 드러내 보인 후 처음으로 국내 언론에 이 구질을 던진다고 밝힌 것이다. 그만큼 그 구질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다는 증거다.
 
국내에서 반포크볼이라고도 불리는 SF볼은 직구처럼 날아오다 급격하게 떨어지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질. 변화가 하도 심해 `마른 스핏볼(공에 침을 발라 던지는 부정 투구)'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으며 70년대 후반 브루스 수터(시카고 컵스)가 선보여 엄청난 인기를 모은 구질이다.
 
마이크 스콧은 79년에 데뷔해 84년까지 29승44패를 기록한 보잘 것 없는 투수였으나 SF볼을 던지기 시작한 85년 18승을 거두더니 86년에는 사이영상까지 거머쥐었다. SF볼이 죽은 투수를 살려낸다는 소리까지 나돌 정도였다.
 
재기를 위해 안간 힘을 다하는 박찬호에게도 SF볼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효과가 큰 만큼 부작용도 뒤따른다. SF볼을 주무기로 던지던 80년대 투수 투수 대부분이 모두 팔이나 어깨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한때 SF볼을 던지는 것을 `악마와의 거래'라고 부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박찬호가 SF볼을 던질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도 바로 부상이다.
 
하지만 지금 SF볼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노모 히데오(LA 다저스)는 SF볼 하나로 메이저리그 정상에 우뚝 섰고, SF볼의 명수로 알려진 로저 클레멘스는 만 42세의 나이로 아직도 싱싱한 어깨를 자랑하고 있다.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30대 후반의 뒤늦은 나이에 이 구질을 장착했고 커트 실링(보스턴 레드삭스)도 뒤늦게 SF볼을 구사하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80년대 투수들과 달리 이들은 결정적인 순간에만 SF볼을 던지며 사용빈도를 조절해 치명적인 맹독을 명약으로 이용한 것이다.
 
SF볼은 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질로 투스트라이크 이후의 결정구로는 안성맞춤이다. 지금 예전의 시속 155km짜리 대포알 강속구를 기대하기 어려운 박찬호에게 SF볼은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명하게만 사용하면 `악마'가 아닌 `천사와의 거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찬호의 SF볼 장착은 더욱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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