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번도 아니고 수도관 역류 때문에 못살겠어요."

수원시 팔달구 오피스텔 2층에 사는 30대 김모 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김 씨가 사는 곳에는 최근 악취를 내는 검은색 물이 싱크대와 베란다 하수관을 역류하는 사고가 났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김 씨는 퀴퀴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았으나 이미 냄새는 집 안 곳곳에 퍼진 상태였다. 음식물쓰레기가 섞인 검은색 물은 화장실과 싱크대, 베란다 하수관 곳곳에서 보였다. 김 씨는 급히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배수업체를 불러 하수관을 뜯었다. 음식물 따위 역류는 윗집에서 버린 음식물과 쓰레기가 하수관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싱크대에 절대 음식물과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 안내문이 엘리베이터 곳곳에 붙었는데 왜 지키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이웃이 ‘버리지 않았다’고 계속 우기는 통에 하수관 수리 비용만 4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했다.

김 씨와 비슷한 일은 또 일어났다.

화성시 봉담읍 아파트에 사는 40대 이모 씨도 윗집에서 화장실 변기 청소에 사용한 발포세정제로 인해 하수도가 역류하는 사고를 당했다. 거실에서 쉬던 이 씨가 화장실 쪽에서 들리는 ‘꿀렁꿀렁’ 소리가 이상해 문을 여니 흰색 거품이 변기에서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이 씨는 "화산이 분출하는 양 흘러나온 흰색 거품이 어른 발목까지 차올랐다"며 "‘나 하나쯤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무심코 쓴 청소용품 때문에 누군가 고통을 받는다는 생각을 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베란다 하수관에 담배꽁초나 김치 따위를 담근 뒤 버린 찌꺼기로 하수관이 막혀 역류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도내 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고층 건물 특성상 하나의 배관으로 이뤄졌기에 음식물 찌꺼기 따위로 중간에 막히면 저층에서 역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크기가 크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물쓰레기는 절대 싱크대나 베란다 하수관에 버리지 말고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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