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제시카법을 둘러싸고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 소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헌법에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의 부작용도 주장한다. 형을 마친 출소자의 (아동 교육시설이 밀집한) 대도시 거주를 제한하면 풍선효과가 발생하거나 도시 내 노숙자로 전락하는가 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과도한 주거 제한이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하고 재범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당연한 얘기지만, 재범을 막지 못하는 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는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 처지를 간과한 주장이다. 아동 성범죄는 일반 범죄와 다르다. 비정상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아동을 납치·유괴해 폭행·추행하고, 심지어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 이상의 범행도 주저하지 않는다. 기가 막힌 건 그런 무자비한 범행의 피해자가 되는 이유가 단순히 그 순간 그 장소에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범행 장소가 자신과 피해자의 주거지 주변에서 이뤄지고, 범죄자 대부분이 유사·동종 전과, 정신병 전력을 보여 여느 범죄에 비해 재범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아동 대상 성범죄는 피해자 인생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약탈적이고 혐오스러운 반복형 범죄임에도 현실적으로 예방할 만한 수단이 없다.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과 특정 지역·장소 출입 금지, 주거지역 제한’ 정도가 전부다. 더욱이 피해자는 물리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7세에서 13세 사이 아동이 대다수다. 백번 양보해도 아동 성범죄자의 권익이 (잠재적 피해자 포함) 피해 아동의 안전보다 우선할 순 없다. 인권침해적 요소가 다분해도 강력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만 하는 이유다.

다만, 지리 공간 분석 같은 합리적 기준 선정을 위한 숙고는 좀 더 필요할 듯싶다. 미국에선 300∼600m로 주마다 차별 적용한다. 그런데 관련 연구에서 확인된 범죄 특성을 보면 아동 밀집시설과 초인접한 지역에선 아동 성범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보호자와 감시의 눈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아동 밀집시설 150m 부근까지 범죄 발생 빈도가 서서히 증가하다가 이 기준에서 멀어질수록 다시 빈도가 줄어든다고 나타났다. 결국 법의 성패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최적의 기준선’ 마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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