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내가 생각하는 정답과 남이 생각하는 정답이 다를 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를 합리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합리화’의 사전적 의미는 ‘자책감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일이나 심리적 경향’입니다. 그래서 자기 합리화로 자신을 정당화시킨 후에는 자신의 주장을 더욱 강하게 하게 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에게 섭섭함과 분노를 표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 따위는 생길 리가 없겠지요.

물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기 합리화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지나친 자기 합리화가 우리 자신의 눈과 귀를 막고 자기중심적이 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 소개된 글이 재밌습니다.

서울서 온 신혼부부와 경상도 토박이 신혼부부가 여행 중이었습니다. 우연히 두 부부는 지갑 파는 곳을 들렀고, 서울 아내가 먼저 망사 지갑을 보고 말했습니다. "자기야, 요새 이 지갑이 유행이래. 이거 사 줘!"

그러자 서울 남편은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당신이 원한다면 뭐든지 사 줄 거야."

그 모습을 본 경상도 아내가 질투가 나서 경상도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보이소, 지도 망사 지갑 한 개 사 주이소."

그러자 경상도 남편이 큰소리로 말합니다. "와, 돈이 덥다 카드나?" 절로 웃음이 나오는 경상도 남편의 대답입니다. 

여기서도 남편이 자기를 합리화하는 속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망사 지갑에 대한 아내의 생각과 남편의 생각은 이렇게도 다릅니다. 경상도 남편의 "돈이 덥다 카드나?"라는 문장 속에는 여성 지갑을 바라보는 남편의 논리가 드러납니다. 지갑에 돈을 넣고 다니면 되지, 재질이 가죽이면 어떻고 망사면 어떠냐는 것이겠지요. 매우 실용적인 생각일 겁니다. 그러나 여자들의 경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이 실용적인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테니까요.

또 다른 유머가 있습니다. 이 유머 역시도 자기 합리화로 인한 자기중심적 사고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삶에 투영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노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낚시하러 아침 일찍 나가고 할머니는 한가로이 TV를 보는데 갑자기 뉴스 속보가 나왔습니다.

"지금 77번 국도에서 신원불명의 차량이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77번 국도를 통행하시는 분들은 특히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할머니는 낚시를 간 할아버지가 걱정돼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감, 지금 77번 국도에서 차 한 대가 역주행한다던데 조심히 다녀와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제길, 한 대가 아니야. 수십 대가 거꾸로 오고 있다고!"

물론 이 얘기는 지어낸 유머이긴 하지만 자신이 역주행하는데도 자신의 관점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는 남들이 역주행한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자기 합리화가 불러오는 비극입니다.

그러므로 가끔은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에 의심해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생각의 차이로 상대방과 갈등이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옳다고 여기던 그 믿음이 나를 합리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되는 건 아닌지, 그 믿음이 상대와 나를 갈라놓는 건 아닌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나를 지배하는 믿음의 오류를 발견하게 되고, 그리고 그 오류가 바로잡힐 때 비로소 갈등의 뿌리가 제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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