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직선 5기 경기도교육청 슬로건은 ‘미래교육의 중심, 새로운 경기교육’이다. ‘자율·균형·미래’ 가치가 이를 실현할 원칙이다.

여기에는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 강화, 교육공동체 성장, 자율교육을 넓혀 능력과 진로에 따른 기회를 확장한다는 뜻도 담았다. 166만 경기지역 학생들이 스스로 길을 만들며 미래로 나아갈 토대를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다.

기호일보는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을 테마로 65차례에 걸쳐 도내 각 학교에서 특성에 따라 실현 중인 자율교육, 인성교육, 기초 역량 강화 교육 운영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잘 살아가도록 자생력을 키워 줘야죠. 이게 바로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입니다."

안산 송호고등학교 황교선 교장은 이같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교육철학은 분명하다. 단순 주입식이나 단발성 교육으론 학생들이 직접 생각하고 행동하는 내면의 힘을 기르지 못한다고 믿는다. 황 교장이 일상에서 올바른 인식과 생활 습관을 길러 주려고 선택한 방법은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교육이다.

2003년 개교한 송호고는 2020년 황 교장이 취임한 뒤 텃밭 가꾸기, 친환경 교실 조성, 기후환경 위기 대응 교육 같은 생태환경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추진했다. 안산시 상록구 일원, 초록이 우거진 교정에서 송호고만의 조금은 남다른 교육현장을 들여다봤다.

황교선 송호고등학교 교장이 탄소중립 중점학교 현판을 들어 보였다.
황교선 송호고등학교 교장이 탄소중립 중점학교 현판을 들어 보였다.

# 텃밭에서 자라나는 주인의식

송호고에 들어서자 운동장 음수대 앞, 세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텃밭에서 갓 딴 쌈채소를 씻는 특수학급 학생들과 지도교사였다.

송호고는 2020년 학교 자체 예산으로 텃밭 가꾸기 교육을 시작했다. 식물을 직접 심고 가꾸며 환경 감수성과 주인의식을 기른다는 목표였다.

현재 특수학급 재학생 12명 전원과 일반학급 1·2학년 재학생 중 텃밭 가꾸기를 희망한 자원자 23명을 합쳐 모두 35명이 텃밭에서 상추·배추·깻잎·토마토·가지 들을 키운다.

올해 안산시 농업기술지원과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정규 수업시간에 텃밭 가꾸기 과정을 연간 10차례가량 편성했지만, 물을 주고 벌레를 잡는가 하면 텃밭 상태를 살피고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등교 전이나 점심시간을 틈타 학생들이 스스로 한다.

특수학급 지도교사는 "처음엔 아이들이 잘 할까 걱정했는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너무 열심히 해서 놀랐다"며 "(학생들이) 몸은 좀 힘들어도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확실히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옆에서 직접 딴 상추를 씻던 한 학생은 "(수확한 채소를) 집에 가져가면 가족들이 다같이 나눠 먹는다"며 "뿌듯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1학년 지도교사는 지난달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텃밭을 가꾸는 학생들과 계핏가루를 이용한 천연 벌레 퇴치제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텃밭에 벌레가 많다고 호소해서다. 그는 "아이들이 텃밭 식물을 건강히 잘 키우는 데 진심을 다한다"며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은 교사로서 최대한 수용하고 뒷받침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송호고등학교 친환경교실서 키우는 화분들이 복도에 나왔다.
송호고등학교 친환경교실서 키우는 화분들이 복도에 나왔다.

# 친환경 교실서 자라는 인성

교내로 들어서자 복도 양쪽 창가를 따라 늘어선 화분들이 신선한 풀냄새를 풍겼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화분에는 제각각 학급 번호와 학생들 이름을 적은 팻말이 붙었다.

황 교장은 "친환경 교실 안에서 키우는 식물들인데 햇볕을 쬐게 하려고 종종 꺼내 둔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내 최초로 친환경 교실을 도입한 송호고만의 특별한 광경이다.

송호고는 2020년 6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인천대학교 환경융합기술연구원, 자연의벗연구소와 4자 협약을 맺고 친환경 교실을 조성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는 예산을 비롯한 재정을, 자연의벗연구소는 식물 분양이나 모종 같은 실무를, 인천대 환경융합기술연구원은 학급 안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 연구를 도왔다.

이러한 체계 있는 지원으로 같은 해 6학급 시범운영으로 시작한 송호고 친환경 교실은 이듬해인 2021년부터 20여 개의 1·2학년 전 학급으로 확대해 현재까지 활발히 운영 중이다.

반마다 두어 명씩 ‘학급 가드너’를 뽑아 전체 식물 관리를 담당하기도 하고, 학생마다 한 화분씩 짝지어 맡는가 하면 운영 방식은 학급별로 자유롭게 정한다.

지난해 재학생 121명이 참여한 송호고 자체 설문조사에서 학생 75%가 "식물을 키우며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생겼다"거나 "마음이 차분해졌다"며 친환경 교실 시행으로 정서상 안정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황 교장은 이 같은 긍정 효과를 크게 반긴다. 그는 "처음 친환경 교실을 추진할 땐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하거나 식물 관리가 제대로 안 될까 봐 주변에서 만류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그러나 생태교육을 추진한 뒤 해당 내용과 연관 지어 자기소개서를 쓴 학생이 송호고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하는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였다. 학생들이 적극 관리해 교실 안 식물들 또한 4년째 죽지 않고 잘 자라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과서만 들여다보게 한다고 교육이 아니다"라며 "학생들의 마음가짐이나 생활태도를 비롯해 정신 면에서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낸 점이 가장 큰 교육 성과"라고 덧붙였다.

특수학급 지도교사와 학생이 음수대에서 쌈채소를 씻는다.
특수학급 지도교사와 학생이 음수대에서 쌈채소를 씻는다.

# 학생 주도 기후행동

교실 내부를 둘러보는 데 조금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학급 안에 쓰레기통이 없었다. 잠시 학생들을 지켜보니 쓰레기를 버리러 복도 끝에 있는 분리수거함으로 갔다.

송호고는 2020년부터 각 교실에 쓰레기통을 없애고 복도에 공용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분리배출이 생활이 되도록 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어떻게 분리배출하고, 다시 활용하는지에 대한 쓰레기 순환 과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교육하기 위해서다.

공용 분리수거함에 모인 쓰레기들은 1·2학년 분리수거 동아리 학생들이 분리배출한다.

이날 만난 분리수거 동아리 소속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분리배출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비닐 라벨이 붙은 페트병이나 몸통은 종이인데 입구는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우유갑처럼 분리배출이 어려운 디자인 제품은 소비 자체를 지양하게 됐다"고 했다.

또 "분리배출을 할 때 음식물 같은 오염을 깨끗하게 씻고 겹치거나 접히지 않게 펼쳐야 재활용에 용이하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현재 송호고에는 탄소중립 캠페인을 기획·추진하는 동아리, 친환경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동아리, 동물 보호 동아리를 비롯해 기후환경 분야에서 다양한 학생 주도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학생들이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된 배경은 창의체험활동(창체) 영향이다.

송호고는 2021년 창체 수업시간을 활용해 학급별로 토론하고 기후행동을 실천하는가 하면 ‘기후위기 대응교육’을 시작했다. 

당시 교육에 참여한 1학년 학생들은 헌 옷 리사이클링,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걷거나 자전거 타기 같은 기후행동을 실천하고 그 내용과 느낀 점을 발표했다.

2학년이 된 지난해에는 이 같은 관심을 심화해 코로나19에 따른 의료폐기물 증가, ESG 경영과 가치 소비, 기후 불평등과 에너지 전환 같은 심층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 활동집을 발간했다.

송호고는 기후환경 변화 외국어 발표회, 기후환경 주제 과학 특강, 과학 토론 캠프, 줍깅(걸으면서 쓰레기 줍기) 챌린지 같은 기후환경 관련 교내 행사를 여럿 진행해 학생들에게 기후환경 분야를 더 공부할 기회를 마련했다.

또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만한 다용도 휴게실인 라온혜윰터와 라온제나터를 올해 신설해 연구활동에 유용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송호고는 지난 3월 학생 주도 동아리 활성과 창체 기후위기 대응 교육 성과를 인정받아 교육부가 지정하는 탄소중립 중점 학교로 선정됐다. 

윤소예 인턴기자 yoon@kihoilbo.co.kr

사진=<송호고등학교 제공>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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