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훈  나사렛국제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허태훈 나사렛국제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6월 1일부터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됐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권고로 전환됐다.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의 복귀가 본격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물론 퇴근 후 지인과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된다. 지난 4년간 일상을 앗아갔던 코로나19 위험에서 한 발 벗어난 모양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들 호흡기 건강은 아직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4월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호흡기질환 환자가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23년 15주(4월 9~1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천 명당 18.5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는 낮지만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파악된다.

같은 기간 바이러스성 급성 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 역시 리노바이러스(701명),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567명),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470명) 등 2천201명으로 2월 이후 지속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Buffalo대학교 제이콥스 의과·의생명과학부 전염병 부서장이자 John R. Oishei 어린이병원 소아 전염병 책임자인 Oscar G. Gomez-Duarte 박사가 2022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아청소년에게서 독감과 RS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증가했으며, 이와 더불어 입원이 필요한 환자 수도 동시에 증가했다.

이처럼 소아청소년에게서 호흡기 감염증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은 코로나19 발생 기간이나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와 맞물려 생각해 봐야 한다.

소아청소년들은 어린이집, 학교 등의 단체생활 속에서 서로 다른 바이러스를 교환하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자연 면역이 자연스럽게 갖춰지고 발달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장기간 바이러스 교환이 일어나지 않았고 면역에 공백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3월 개학과 팬데믹 종료로 인한 방역조치 완화가 맞물려 소아청소년들이 어린이집, 학교 등의 단체생활 과정에서 지난 4년간 노출되지 않았던 바이러스에 다시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호흡기 감염증 환자가 증가한다고 판단된다.

또한 호흡기 감염증은 단일 바이러스에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이 될지 몰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RS바이러스는 만 2세까지 거의 모든 소아가 감염될 정도로 감염력이 높고, 영유아에서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같은 심한 하기도 호흡기 감염증으로 진행할지 몰라 소아청소년들 부모 혹은 보호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호흡기 감염증에서 소아청소년을 지키려면 외출 전후 손 씻기, 기침예절 등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자체만으로도 감염 예방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적극적인 예방에도 불구하고 호흡기 감염증에 걸렸을 때는 발열, 인후통, 기침,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같은 증상을 보일 때는 빠르게 병원을 찾아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나사렛국제병원 소아청소년과 허태훈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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