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지인의 아들 A가 전세계약 해지를 위해 임대인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고 내용증명도 반송돼 공인중개사에게 물어 보니 "임대인에게 집이 몇 채 더 있는데 최근 아마 딸 B에게 양도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았습니다. 중개사 말대로 집은 몇 달 전 B 명의로 돼 있었고, A는 그에 대해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A는 우리 사무실로 찾아와 임대인의 딸 B 연락처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문의했습니다.

위 사안을 듣자마자 전세사기가 의심됐는데, 우선 부동산등기부등본상 B의 주소로 전세계약 해지·보증금반환청구 내용증명을 보내고, 반송되거나 연락이 없으면 임차권등기를 한 후 이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A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분양받는 아파트에 잔금을 내야 하는데 보증금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했습니다.

A는 임대인과 전세계약 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했지만, 소유자가 B로 바뀐 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HUG에서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없을까 봐 불안해했습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란 전세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으로, 보증기관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임대인에게 청구해서 회수합니다. 최근에는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도 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보험에는 반환보증과 상환보증이 있는데, 상환보증은 임차인을 대신해 전세대출금을 상환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반환보증은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주의할 점은 HUG에 보증이행 신청을 할 때 소유자가 바뀌면 임차인은 매매계약서 사본 혹은 새로운 소유자의 신분증 사본을 보증기관에 제출해야 하는데, 통상 중개사무소에 가서 복사본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위 사안처럼 전세사기라면 매매계약서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새로 바뀐 소유주에게 직접 신분증을 받아야 하는데, HUG의 경우 새 소유주의 휴대전화로 직접 신분증 사본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휴대전화 번호가 찍힌 신분증 사진을 확보하면 신분증 정보와 부동산등기부등본상 소유주 정보를 대조할 수 있고, 연락처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부분 때문에 새로운 소유자가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악용하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기에 그 이행이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위 사안처럼 새 소유주와 아예 연락이 닿지 않을 때는 HUG의 보증이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위 사안의 경우 A가 중개사무소에서 매매계약서를 확보하지도 못했고, 부동산등기부등본상 B 주소지로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이 또한 반송돼 결국 A는 B의 연락처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B 주소지로 찾아가 봤으나 헛수고였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A로서는 B를 계속 찾아다닐 수도 없어 전세사기 의심으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경찰에서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책은 없어 보였고, 어쩔 수 없이 A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HUG에 보증이행 신청을 해 봤으나 예상했던 대로 보증면책 대상이라며 거부당했습니다.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A에게 2023년 6월 1일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설명했고, 그 중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032-440-1803)에 문의해서 신청해 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임차인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할 경우 전세 기간 중 소유자가 변경됐는지 수시로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해야 하고, 전세계약서 특약사항에 "새로운 집주인 변경 시 그 변경 내용을 즉시 통보할 것과 HUG 보증보험 가입·이행을 위해 매매계약서 사본을 보낼 것"이란 내용을 꼭 기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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