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우리는 일상에서 "그 사람은 매사에 비판적이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여기서 비판적이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영어에서 비판적이라는 ‘critical’은 그리스어 krinein에서 나왔다. 이는 ‘비평’을 뜻하는 critic의 어원(語原)이기도 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비판’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는 주어진 지식이나 주장을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지식과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유용한지 무용한지를 주의 깊게 따지면서 생각하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19세기 미국의 사회학자인 윌리엄 섬너(William Sumner, 1840~1910)는 "비판적 사고는 교육과 훈련의 산물이고, 정신적 습관이자 힘이다. 비판적 사고는 모든 사람이 훈련받아야 하는 인간 행복의 최고 상태"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목사는 "교육은 거짓에서 참을 분간하고 허위에서 사실을 판별할 수 있도록 근거를 거르고 따져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교육의 기능은 철저하게 그리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비판적’이라는 말은 옳고 그름을 판단해 가린다는 의미보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비난한다는 의미가 압도적이다. 한마디로 ‘삐딱하게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에 가깝다.

왜 이렇게 오용될까? 이는 과거 한국 사회가 비판적 사고가 자리잡기 유난히 어려웠던 데 기인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간에 걸친 군사독재 정권 때문이다. 그들은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통치를 하면서 비판적 사고를 반국가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로 몰아 탄압을 가했다. 둘째, 전통과 권위를 존중하는 뿌리 깊은 유교문화 때문이다. 이는 연장자나 상급자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거나 ‘장유유서’가 바로 그런 유교 가치의 핵심이었다. 셋째, 절차와 과정보다 효율성과 결과를 우선시하는 사회문화 때문이다. 이는 성과에 얽매이는 문화를 낳았으며, ‘모로 가도 서울에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비정상적이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사상을 구축했다.

이는 학교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주입식 교육의 학습모델을 추구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나? 우리 사회는 토론과 합의가 실종된 전체주의, 획일주의, 무사고 교육을 낳았고 그 병폐는 아직도 우리 의식과 교육 시스템을 통제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부르짖으나 변화를 원치 않는 기득권층을 비롯한 교육 관료들 그리고 사교육의 거대한 카르텔도 비판이 아닌 조건 없는 순응을 요구한다.

이제 우리는 기존 지식과 노하우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때 비로소 창의적 방법을 찾아낼 수 있고 복잡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고유한 역할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 인공지능 교사와 인간 교사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AI 교사의 효율성과 공정함, 깊이 있는 지식의 누적성을 거론하지만 이 역시 비판적 반향을 일으키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한마디로 편견과 오류에 빠지기 쉬운 기울어진 의식이다. 왜냐면 교육은 인간과 인간의 교류에 의한 상호작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사고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따라서 기계적인 무한 반복과 일사불란한 획일성만을 효율성의 극치로 내세우는 것은 인간의 무한 잠재력과 천재성을 사장(死藏)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쉽다. 교육은 어려서부터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무한 질문과 ‘너 자신을 알라’는 인류의 스승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의해 깊이와 넓이를 더한다. 

결국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간 가치 구현과 창의성 교육 실현은 비판적 사고 능력 교육에서 출발함을 우리 교육은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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