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테드(TED) 강의장에 황소가 등장했다. 「생각의 공유」 저자 리오르 조레프는 청중에게 황소 무게를 예측해 보라고 제안한다. 그러자 140㎏에서 3t까지 다양한 오답이 쏟아졌다. 청중의 추정치를 평균 낸 무게가 813㎏으로, 실제 814㎏과 거의 일치했다. 갑남을여(甲男乙女) 집단이 황소 무게 측정에 있어서 예상치 못한 집단적 천재성을 발휘한 셈이다. 

이런 신비한 현상을 학자들은 ‘집합체의 기적(miracle of aggregation)’ 또는 ‘다중(多衆)의 지혜(wisdom of crowds)’라고 한다. 이 같은 지혜는 소위 생존의 지혜로서 인간 생활 모든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리오르 조레프는 영국의 우생학 창시자 프란시스 골턴의 황소 무게 측정 사례를 재현해 집단 지성을 입증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골턴은 1907년 ‘대중의 의견’이라는 네이처지 논문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대중의 판단은 신뢰도가 높다"고 발표했다. 

집단 지성이란 다수 개체들이 협력·경쟁해 얻는 집단적 능력이다.제임스 서로위키의 저서 「대중의 지혜」에서 1968년 미국 잠수함 스콜피온이 북대서양에서 돌아오던 중 사라졌다. 마지막 보고된 위치만을 아는 해군은 너비 20㎞에 달하는 구역의 바닷속 탐색에 나섰다. 이때 한 해군 장교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팀을 구성한 뒤 각각 따로따로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도록 했다. 그는 답변을 모두 모아 통계로 최종 추정치를 얻어냈고, 그곳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서 잠수함을 찾아냈다. 팀원 개개인의 답과는 다른 지점이었지만, 전체 집단은 위치를 알았던 것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천재의 통찰에서 대중의 이동했다"라고 한다. 

SAFECAST(세이프캐스트)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정부보다 훨씬 정확하고 신속하게 일본 방사능 수치를 측정·공유했다. ‘SafeCast’라는 기계는 가지고만 다니면 위치와 방사능 수치가 자동으로 서버에 저장되는 장치다. 이들은 SafeCast를 일본 전역에 무료로 제공했고, 이로 인해 방사능 데이터 지도가 완성됐다. 이는 모든 집단 지성이 제대로 발휘된 사례다. 

때때로 집단 지성이 발휘되지 못하는 이유는 집단 내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다. 참여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고 ㉠다양한 질문에 대답을 예측하도록 유도하며 지시하고 ㉡다른 참여자의 예측을 힌트로 제시하면 집단 지성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다른 사람과 의견 교환 시 정답 정확도가 하락하고, 참여자의 확신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지나친 최적화는 똑똑했던 개인이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집단에 매몰된다. 집단이 다양·복잡해짐에 따라 기능·부서 단위가 축소되면서 구성원 시야도 점차 축소돼 간다.

IBM 전 CTO 군터 뒤크는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이러한 현상을 ‘집단 어리석음’으로 표현했다. ‘집단 지성’이 ‘집단 사고’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첫째, 집단 구성 시 인지적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담보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 구실을 한 영국 암호 해독 기관 ‘블레츨리 파크’는 과학자, 체스 챔피언, 대기업 간부 등 집단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둘째, 독립적으로 의견을 제안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조직 내 불필요한 위계를 줄여 수평적 문화를 조성했다. 개인도 주인의식,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통찰력을 배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직 내에서 직급으로 부르지 말고 호칭을 ‘님’, ‘애칭’을 사용한다. 

셋째, 의사결정 상황마다 이의제기 자를 지목해 의견을 청취한다. 구글 전 회장 에릭 슈미트는 회의에서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을 일부러 지목해 의견을 청취한다. 집단 지성의 시대, 리더는 공동체 속에서 개인이 각자의 색깔을 내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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