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업계간 불협화음이 커지자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지난 16일 의왕에 있는 시멘트 유통기지를 찾아 현장 애로를 들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오전 의왕시에 위치한 시멘트 유통기지 현장을 방문해 시멘트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가 참석한 간담회는 쌍용C&E, 성신양회 같은 시멘트업체들이 최근 발표한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업계 의견을 나누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원 장관은 "시멘트 가격 인상 계획 발표 이후 업계 간 갈등 상황이 계속 발생해 현장의 고충을 듣고 갈등 해소를 위한 자리로 간담회를 개최했다"며 "시멘트 가격에 따른 갈등 상황이 공사비 분쟁, 공사 지연으로 이어져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멘트 가격이 지난해 1t당 8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크게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숨 고르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12만 원 선으로 뛴다고 하니 국민들은 팔짝 놀라서 뒤로 넘어질 일"이라며 "국민들의 주거 안정과 많은 기업, 근로자들의 원활한 건설사업 진행을 위해 업체들이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시멘트업계는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설비투자 비용 증가와 제조원가의 20% 수준을 차지하는 전력요금 상승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 겸 쌍용C&E 사장은 "시멘트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해 수조 원의 설비 투자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시멘트 가격은 1t당 100달러가 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유럽은 1t당 150∼200달러, 브라질도 1t당 15만 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이미 여러 차례 시멘트 가격 인상이 이뤄진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이번 가격 인상까지 계산하면 (2년간) 시멘트값이 52%가량 오른다"며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유연탄 가격이 1t당 460달러에서 133달러로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시멘트값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또 올린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시권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도 "건설업계 차원에서는 재작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시멘트 가격을 14% 올린다는 건 거의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시멘트업계도 원가 구성 요소를 공개해 레미콘과 건설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상이나 인하 요인을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쌍용C&E와 성신양회는 다음 달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레미콘사에 통보했다. 쌍용C&E는 1t당 10만4천800원에서 11만9천600원으로 14.1%, 성신양회는 1t당 10만5천 원에서 12만 원으로 14.3% 각각 인상할 계획이다.

시멘트 회사들의 가격 인상은 2021년 6월 시작해 최근 2년간 벌써 네 번째다. 의왕=이창현 기자 kgpr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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