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그럴듯한 이유로 정당하게 만드는 오류에 빠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주입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정신세계에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이라면 말이다. 다른 사람의 자기 결정력에 영향을 미치지만 않으면 스스로에게 얼마든지 해도 상관없다.

이처럼 무슨 이유에서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주입하거나 강요하면 안 된다. 어차피 듣지도 않을 텐데 굳이 참견하려는 인간들이 많아지니 사회가 소란스럽지 않은가.

요즘엔 이런 행위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는가 보다. 그냥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불쌍한 인간들이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들려고 발버둥치는 ‘범죄행위’일 뿐이다.

있어선 안 될 짓거리를 스스로에게만 하면 되지, 어디 줏대 있는 삶을 사는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단 말인가.

대다수는 ‘나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정 부분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왜 그런가 생각하니,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처럼 한국사회에선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문화가 있다. 어른의 발언이 틀려 바로잡으려 하면 ‘말대꾸’라며 깔아뭉개기 일쑤다.

문제는 현대사회 어른이 과거처럼 존경받을 만하냐는 점이다. 미숙아들이 나이만 먹은 경우가 허다하니 이런 발언 자체가 잘못됐다.

조직에서 자기 일은 죽어도 못하면서 무언가 하나의 사안에 조금 나섰다고 "나 아니면 이렇게 당당하게 하겠느냐"며 으스대는 인간이 한둘이랴. 그때마다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어 울화병이 치민다.

존경할 만한 어른 말에 부실한 논리를 내세워 반박하는 행위가 말대꾸다. 존경할 만한 인품은커녕 스스로의 삶도 거지 같은 인간의 한심한 말에 정당한 논리로 반박하는 일이야 당연하다.

그런 인간이 사회에서 조금씩 자연 도태해야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조직에도 그보다 유익한 일은 없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태도다. 기자도 부모 처지에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일이 없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어느 날 문득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는 말이 튀어나와 참 많이 후회했다.

시키는 대로 하기를 죽어도 싫어하는 기자가 할 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하고 살면 안 되니까 기자부터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자신에게 던지는 가장 큰 물음은 "나는 그렇게 사는가?"다. 아이가 더욱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원한다면 모든 갑질과 헛소리는 이 같은 물음에 부딪혔을 때 ‘창피함’으로 다가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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