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선전은 대단하다. 이미 1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최근엔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선전과 친환경 자동차 판매가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6조4천억 원을 넘은 가운데 미국에서의 실적이 큰 몫을 차지했다. 최근 미국에서의 평가는 더욱 남다르다. 수준 높은 전기차와 제네시스의 품위가 더욱 높아지면서 어느덧 글로벌 제작사 중 생각 이상으로 점유율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에서 ‘기아 챌린지’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훔치는 횟수가 크게 늘었고, 일종의 놀이문화로 커진 형국이다. 이러한 차량 도난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아차 잠금장치의 문제점이 제기됐고, 결국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과 더불어 여러 미국 주정부가 나서 기아차를 소송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민사소송에서 결국 약 3천억 원의 비용으로 협상을 끝내면서 해당 차종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핸들 잠금장치 배부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필자는 약 3개월 전 관련 사안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칼럼을 쓰고, 다양한 언론과 인터뷰도 했다. 국내 역시 일부 언론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잠금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언급을 했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그만큼 현대차와 기아차는 잠금장치 문제가 큰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우선 방향이 잘못됐다. 잠금장치 문제가 아니라 범법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이다. 심각한 왜곡이다. 각 가정에서 그 집 대문의 잠금장치가 쉽게 열린다고 하면서 집주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값싼 금고를 구입하면서 잠금장치가 쉽게 열린다고 금고를 판매한 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형국이라는 점이다.

둘째로 미국은 독자적으로 안전조항이나 항목을 별도 구성하는 대표 국가다. 앞서와 같이 미국 내에서 실적이 좋은 이유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품질과 가성비가 높게 평가된다는 방증이다. 그만큼 도난이 많다는 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고 가격이 높아서다. 신차를 비롯해 모든 물품은 가격에 맞는 각종 장치가 장착됐다. 

최근에는 미국 대표주인 뉴욕주도 소송에 새롭게 참가했다. 아무리 미국이 소송의 천국이고, 변호사의 국가이고, ‘흔들면 돈은 나온다’고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특히 이러한 미국 내 문제에 대한 우리 제작사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어느 누구도 필자와 같은 언급을 하지 않고, 정부 역시 같은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로서는 누구에게도 하소연 못하고 결국 적정하게 금전적으로 합의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은 미국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CBS 기자 출신의 한 언론인은 최근 기고에서 필자와 같은 생각으로 도둑보다 집주인에게 책임을 묻는 현 상황을 처음으로 비판했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사람이 등장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고 칭찬할 만하다. 

물론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번 사건을 기회로 앞으로 더욱 잠금장치는 물론 다양한 가성비 좋은 신차를 보급하는 데 노력하는 부분은 기본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물론 국내에서도 상황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제기해야 하고, 미국 측에 언급해 줘야 한다. 필자도 다시 한번 지난번 칼럼과 함께 되새기는 측면에서 신뢰성 높은 객관적 판단을 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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