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결혼 안 할 거니?"라고 묻듯이, 학생에게 자주 하는 질문은 바로 "꿈이 뭐니?"다. 초등학생 혹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받아 온 꿈에 대한 질문에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입을 닫아 버린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꿈과 자신의 진짜 꿈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엄마가 ○○ 되라고 했어요"라는 말이 모범 답안처럼 돈다. 물론 자녀를 사랑하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의 적성을 고려한 제안이겠지만, 그 자체가 아이에겐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청소년 성장을 그린 작품으로 이들을 억압하는 요소는 바로 줄 세우기식 학교교육, 부모의 강압적인 교육관 그리고 능력 본위의 사회 분위기다. 개봉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이 작품이 우리 사회에 주는 울림은 여전히 크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학교의 4대 원칙으로 삼는 웰튼 아카데미는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다. 졸업생의 75%가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이곳은 엄격한 규율과 쉴 틈을 주지 않는 압도적인 과제량 그리고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의 욕망이 강하게 맞물려 아이들은 옭아맨다. 그런 중에 문학 교사인 키팅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학생들의 세계에 균열이 생긴다. 

웰튼 아카데미를 졸업한 선배이기도 한 키팅은 독특한 수업 진행으로 학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첫 수업에서 선생님은 ‘시의 이해’라는 책의 서문을 찢어 버리라고 한다. 느끼고 감상하는 시가 아닌 답을 찾아가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문학 수업이 교실이 아닌 야외에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공을 차며 시를 읊기도 하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템포로 걸어갈 것을 제안하며 정원을 산책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넓게 그리고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은 자기 삶의 진정한 가치에 눈뜨게 된다. 하버드 의대를 강요받던 닐은 자신의 진짜 꿈은 연극배우임을 깨닫게 되며, 사랑의 열병을 앓던 녹스는 그 감정을 시로 표현하고, 더 나아가 솔직하게 고백하기에 이른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토드 또한 선생님의 교육으로 자기 안의 목소리를 밖으로 표출하게 된다. 

자기만의 개성적 발걸음으로 성장하던 학생들은 그러나 친구 닐의 느닷없는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는다. 의사가 아닌 배우를 꿈꾸는 모습에 화가 난 닐의 아버지가 군사학교에 보내 버리겠다는 결정을 내린 직후 들려온 비보였다. 이에 학교는 모든 책임을 키팅에게 전가하고, 선생님은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다. 학생들은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선사한 선생님의 마지막 길에 하나둘 책상 위로 올라가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학생들의 해방구 노릇을 하는 비밀 동아리 이름인 ‘죽은 시인의 사회’는 성장 영화의 고전으로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고 또 목소리는 내는 것이라고 전한다. 동시에 가치 있는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한다.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더라도 나를 나답게 하는 꿈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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