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이고 재미있는데 못 이기는 축구. 팬들이 ‘클린스만표 축구’를 보며 느꼈을 첫인상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월 평가전 두 경기에서 1무1패라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내며 ‘무승 행진’을 이어갔다.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치른 페루전에서 클린스만호는 전반 11분 만에 선제 실점한 끝에 0-1로 졌다.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 경기에서는 후반 4분 황의조(서울)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비겼다. 후반 42분 프리킥 상황에서 알렉스 롤단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더욱이 직전 일본전에서 한 명이 일찍 퇴장당한 끝에 0-6으로 참패한 것을 포함해 5연패 중이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5위 엘살바도르와 경기만큼은 한국(27위)이 ‘낙승’을 거두리란 기대를 모으던 터였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스포츠 탈장 수술 여파로 몸 상태가 완전하지는 않았던 손흥민(토트넘)까지 후반에 투입했는데도 무승부에 그쳤다. ‘충격적’이라고까지 평가할 만한 결과다.

3월 A매치부터 팀을 지도한 클린스만 감독이 4경기(2무2패)째 승리를 거두지 못해 불안감도 커진다.

한국은 페루전과 엘살바도르전에서 각각 14차례씩 슈팅을 시도했으나 1골에 그칠 정도로 골 결정력이 안 좋았다. 상대의 빠른 공격이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당연히 마크해야 할 선수를 놓치면서 수비 집중력에도 문제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어떤 식으로 상대를 공략하겠다는 ‘계획’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좀처럼 물러서는 법이 없는 클린스만 감독은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교체 카드를 써서 팬들의 흥미를 돋웠다.

엘살바도르전에서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투톱 공격라인을 가동한 전략이 선제골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1골’에 그치며 ‘빈공’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됐다.

단순히 공격수를 많이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승리를 거두기에 부족했던 셈이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클린스만호의 축구에 대해 "손흥민, 이강인(마요르카) 등 선수 개개인은 눈에 띄지만, 그 안에서 질서나 콘셉트, 전술적 의도는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3월 두 경기는 사실상 이전 체제의 연장선에 있었고,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뭔가를 보여 주려고 한 듯한데, 일단 이번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찬하 해설위원 역시 클린스만호가 너무 ‘무계획적인’ 축구를 펼쳤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축구를 하겠다’는 두루뭉술한 표현보다는 좀 더 뚜렷한 플랜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하반기에도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시작된 뒤에도 어지러운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엘살바도르전 뒤 기자회견에서 ‘빈공의 해결책’을 묻는 말에 "훈련을 더 많이 하면서 선수들에게 골을 넣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클린스만호가 이번 2연전에서 거둔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제주), 박규현(드레스덴), 박용우, 설영우(이상 울산) 4명의 선수에게 A매치 데뷔 무대를 만들어 주는 등 다양하게 선수를 활용했다. 앞으로 안정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다.

김민재(나폴리)-김영권(울산) 조합을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도한 박지수(포르티모넨스)-정승현(울산) 센터백 라인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내년 1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클린스만호에 주어진 실전 테스트 기회가 많지는 않다. 11월 A매치 기간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제대로 테스트해 볼 경기는 9월과 10월에 치를 A매치 4경기뿐이다.

만약 클린스만호가 앞으로 4경기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허니문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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