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하고 안전한 잠자리와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템을 사업으로 삼아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입니다."

㈜훌템 홍석중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이렇게 소개한다.

㈜훌템은 가정까지 직접 방문해 특수 제작한 트레일러에 침대 매트리스를 넣어 세탁·살균해 새 매트리스처럼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하고 특별한 기술도 없을 듯한 이 업체는 정부 자금도 지원받고, 얼마 전에는 기술력을 소개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경합하는 TV에도 출연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군포에 있는 ㈜훌템만의 특별한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2022년 지페어 전시회에서 제품 홍보에 나섰다.
2022년 지페어 전시회에서 제품 홍보에 나섰다.

# 업무로 만나다 친구 되고 동료 됐다

㈜훌템은 군포산업진흥원에 인큐베이터 업체로 입주해 지금은 이곳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훌템에서 현재 추진 중인 핵심 사업은 ‘찾아가는 침대 매트리스 세탁·건조’다. 가정에서 날마다 사용하는 침대는 이불과 패드를 날을 정해 반복해서 세척하지만 매트리스는 먼지를 터는 수준이다.

"침대 매트리스를 현미경으로 보면 몸에서 떨어지는 각질과 체액, 땀, 침 따위를 먹이로 삼아 사는 진드기와 세균처럼 몸에 해로운 병원균은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홍 대표는 이런 오염된 매트리스를 계속 사용해야만 하는 형편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거나 어린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노출되는 상황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훌템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홍 대표를 포함한 창업자 5명이 설립했다. 이들은 15~20년 전부터 자동차·반도체·조명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업무로 만난 사이다.

업무 관계로만 지내다 서로 마음을 열고 만나다 보니 가족들까지 교류하면서 가까운 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기술 아이템을 나누며 날을 정해 반복해서 만나고, 해외 전시회도 함께 다니다 자연스레 창업의 꿈을 키웠다.

어느 날 아토피로 고민하던 아이들을 위해 침대 매트리스를 쾌적하게 관리할 방법이 있는지 의견을 나누다가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켜 ㈜훌템을 설립하는 씨앗이 됐다.

사업을 실행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물청소도 하는데 장마철에 건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다 대형 살균 건조기를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직장을 무작정 그만두고 올인하기에는 부담이 컸기에 퇴근한 뒤 매트리스 살균건조기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창업을 실천해 보자는 의견이 무르익던 시기인 2019년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 정했고, 이듬해 설계에 들어갔다. 이후 1년간은 제품 연구와 테스트를 하는 기간이었다.

완성하지 않은 매트리스 살균건조기를 테스트하려고 일가친척 집을 돌며 밤새도록 세척 작업에 몰두했다.

매트리스 살균건조 트레일러 내부.
매트리스 살균건조 트레일러 내부.

# 첫 주문으로 받은 14만 원

지난해 드디어 제품을 완성하고 세탁·건조 서비스 ‘뽀얀닷컴’ 문을 열었다.

사업 초기 전단지를 들고 한여름 땡볕에 한 달간 초등학교 앞에서 하루 500장씩 돌렸다. 처음 보는 영세 업체에, 매트리스를 망치지 않을까 불안하게 여겨서인지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첫 주문을 받았다. 하필 첫 고객 집이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게다가 매트리스는 미국에서 주문제작으로 받은 킹사이즈가 넘는 크기로, 무게가 80㎏이나 되고 잘 휘어졌다.

계단으로 20분 정도 운반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다행히 장비에 간신히 들어갔고, 무사히 세척·건조를 마친 뒤 계단을 다시 올라가 서비스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첫 주문으로 받은 금액은 현금 14만 원.

지금도 직원들은 이날을 기념하자며 그 돈은 칠판에 붙여놓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이 아는 사람을 소개했다. 그리고 소개받은 고객들도 서비스에 만족한다며 소개가 이어지며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수면 만족도가 중요해지는 시기인지라 매트리스 중요성이 커지고, 그런 욕구에 따라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크기 말고 주문제작해서 변형으로 쓰는 매트리스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맞춰 살균건조기도 모든 매트리스를 세탁하고 건조하도록 크게 제작했다.

# 1시간 만에 완벽 살균·건조

"서비스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이 사업은 초기에 망했겠죠."

홍 대표는 완벽한 세탁·건조 효과에 찾아가는 서비스가 고객을 만족시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꾸준히 성장한다고 했다.

㈜훌템에 따르면 매트리스마다 세균과 진드기가 100만~200만 마리 사는데, 3개월마다 개체 수가 8배가량 늘어난다.

세균·진드기 유해성의 인지도가 증가하는 반면 매트리스는 관리하지 않았다가 최근 건강한 삶에 대한 인식이 확대하면서 유사한 서비스가 많이 생겼다.

그러나 대다수 케어 서비스는 스팀 청소기나 휴대용 살균기로 UV처리를 하는가 하면 표면만 청소하는 시스템으로, 완벽한 살균과 물로 세탁한 뒤 건조는 불가능하다.

㈜훌템의 서비스는 고객 집 앞으로 특수제작한 차가 방문해 1시간 안에 침구·매트리스를 물세탁과 살균·건조해 시간 대비 높은 효율의 성능을 자랑한다.

또 매트리스 내부 온도를 65℃까지 올리는 열풍과 습도 20%로 진드기와 세균을 완전하게 박멸한다. 거기에 자외선 계열의 강력한 UV-C 살균 LED를 특수 제작한 트레일러 내부 6면에 120개나 설치해 새 매트리스처럼 깨끗하고 건강에도 좋은 매트리스로 만든다.

이런 시스템은 청소 효율을 올리고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 자원·환경 지키는 우수한 아이템 각광

지난해 론칭한 뒤 3개월 만에 예약과 서비스 300건을 진행했다. 현재는 서울·경기·인천 어디나 예약을 받는데, 전국 단위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며 성장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아파트 시공사인 A브랜드와 서비스 제휴 협약을 맺고, 호텔 매트리스 세탁·건조 서비스 제휴 협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외연을 확장하면서 매트리스 관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훌템 강점은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저비용 창업이 가능한 아이템이기에 더 각광받는다.

우선 사용한 지 오래되지 않은 매트리스도 오염되면 세척을 못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매트리스는 메모리폼으로 꽉 찼거나 고철인 스프링을 본체와 떼어 내기 힘든 구조로 만들어 통째로 소각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 측면에서 큰 골칫덩어리다. 이런 매트리스를 세척해 수명을 늘리고 재활용 기회를 넓히며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준다.

㈜훌템이 제작한 시스템은 창업과도 연계한다. 현재 특수 제작한 살균·건조 트레일러는 보증금을 받고 빌려 줄 계획이다. 여기에 트레일러를 싣고 다닐 트럭만 있다면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

홍 대표는 아직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계획은 없다. 자신들이 구축한 서비스를 소자본 창업자에게 연결해 주고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창업자가 생활을 유지할 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수수료를 면제할 계획이다.

자신도 창업하면서 고생한 경험이 있어 다른 소자본 창업자를 돕고 이들과 상생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커피숍이나 치킨집이 대표하는 소자본 창업시장에 새로운 옵션을 추가한 셈이다.

홍석중 대표가 스타트업 서바이벌 경합 TV 프로그램에서 사업 아이템을 설명했다.
홍석중 대표가 스타트업 서바이벌 경합 TV 프로그램에서 사업 아이템을 설명했다.

# 강소기업 자리매김…수출길도 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년이 넘었지만 ㈜훌템 매트리스 세탁·건조 서비스는 성공으로 안착했다. 

2020년 군포산업진흥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다. 올해는 신용보증기금의 금융 지원에 선정돼 2년간 10억 원을 받는다. 또 지난해 SBS에서 방영한 ‘스타트업 서바이벌’에서 톱10에 올라 ‘2022년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또 좋은 소식이 들린다. 지난 24일 ㈜훌템 주력 제품인 ‘뽀얀닷컴 매트리스 살균건조기’ 수출 선적식을 열었다.

홍 대표는 "호주 수출을 계기로 북미·유럽·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진출을 확대할 예정이고, 현지 바이어들 문의가 쇄도한다. 또 현재 서울·경기·인천지역에만 한정한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많은 신생 기업이 생겨나 치열한 환경에서 경쟁하지만 그 중 살아남아 성장하기란 극히 드문 일이다. ㈜훌템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 이제는 뛸 채비까지 갖추게 된 동력은 오랜 기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만나면서 창업을 준비하고 참신한 아이템을 갖춘 제품을 만들었다. 더구나 탄소중립 사회로 변화하는 시류에 맞게 자원과 환경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경기에도 소자본 창업의 길을 넓힌데다 수출길까지 열었다.

신생 기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주목받는 군포 인큐베이터 기업 ㈜훌템이 앞으로 얼마만큼 더 성장할지 자못 궁금하다. 

군포=임영근 기자 iyk@kihoilbo.co.kr

사진=<㈜훌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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