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인천은 기원전 5천 년께부터 강화도를 비롯한 인천지역 곳곳에서 구석기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고, 이들의 사회·문화적 유산은 신석기·청동기시대를 거치는 동안 날로 새롭게 축적·확장돼 갔다. 

한반도 남부의 정치적 집단의 존재는 문헌상으로는 기원전 194년 고조선 준왕의 남하에서 한왕(韓王)이 됐다는 기록에서 일차적으로 그 근거를 찾는다. 이어 삼한시대 마한(馬韓)지역의 54國을 거쳐 기원전 18년 주몽의 아들 비류와 온조가 미추홀과 하남 위례에서 나라를 열면서 백제가 출범했다. 비류가 정착한 이곳은 본래 마한에 속했던 ‘목지국(目支國)’이었다. 

비류백제의 탄생과 함께 역사 속에 알려진 미추홀(彌鄒忽)이라는 지명은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로 인해 한성 백제시대의 종말을 고하면서 미추홀 대신 매소홀(買召忽)이라는 고구려식 지명으로 바뀌게 됐다. 그러다가 통일신라 경덕왕대에 ‘소성(邵城)’으로 바뀌면서 미추홀은 그 의미마저 사라졌고, 잊혀져 가는 기록의 일부분으로만 남게 됐다.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숙종이 어머니의 고향이라 해서 ‘국가의 근원, 경사의 원천’이라는 뜻의 경원군(慶源郡)으로 삼았고, 인종 때도 어머니의 고향이라 해서 이를 높여 인주(仁州)로 명명했다. 고려 말 공양왕 때는 몰락하는 고려 왕실을 높이는 의미에서 경원부(慶源府)로 승격시켰다. 조선이 건국되자 다시 인주로 환원됐다가 지금의 ‘인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 조선 태종 13년(1413) 10월 15일의 일이다. 2013년은 인천이 인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정명(定名)’ 600년이 되는 해였다.

지명이란 시대에 따라 변화·소멸되기 마련이다. 행정구역 변천에 따라 지명 형태가 부분적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환경이 변화하거나 다른 문화가 유입되면 과거 지명은 새로운 의미의 지명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일제 강점이 본격화되면서 일제는 그들의 편의에 따라 행정구역을 나누고 일본 지명을 우리에게 접목시키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한국인들의 역사와 전설, 유래가 담긴 동명을 말살시키고 그들의 문화를 부식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지명은 사람에게 이름이 있는 것과 같이 땅의 일부에 대해 문자를 이용해 표현한 지리학적 언어다. 장소에 지명이 명명될 때에만 비로소 그 존재가 인정되고 다른 곳과 구별되기에, 사회를 구성해 모여 사는 인간 생활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미추홀이란 지명 역시 어떠한 ‘토박이 말을 한자로 표기’한 것인데, 단지 미추홀이 옛 인천이었음을 나타내고는 있을 뿐 그 명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미추‘城(마을, 취락)’, ‘물’의 마을(도시), ‘밑’고을(바탕 마을, 으뜸 마을) 등 정도로 다양하게 풀이하는데, 수도 서울을 나타내는 중심지역이었던 것으로 해석한다. 여기에 ‘미추’와 전시기의 ‘목지’ 그리고 그 후의 ‘매소’는 한자(漢子)의 중국 음(音)인 ‘무치(mu-tsi)’와 일맥상통하며, 동일 지역을 뜻하는 동음이자(同音異字)라는 것으로는 판명이 났다. 따라서 이 모두는 인천을 지칭하는 지명이었던 것이다.

2018년 7월 1일부터 인천광역시 남구는 미추홀구로 명칭이 변경·시행됐다. 미추홀이라는 지명은 장수왕 남하 후 실로 1천500여 년 만에 미추홀구라는 구명(區名)으로 새롭게 부활했다. 인천 역사의 출발지로서, 인천 지명의 최초 탄생지로서 미추홀 지명의 존재는 인천에 있어서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추홀이 인천 역사의 출발점이었고, 고대로부터 고려·조선 등 전근대 읍치(邑治)의 중심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 역사적 변천은 인천 역사의 전개 과정과 궤를 같이하는 포괄적 의미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곧 발전과 성장을 의미하는 시대다 보니 역사성 있는 옛 지명을 살리고 지역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현재의 과제가 됐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주권은 인천적인 것의 정신적 확장에서 구해야 하며, 명실상부한 초일류도시로서의 경쟁력은 인천의 역사·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잊혀져 가는 옛 지명들의 품격 있는 부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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