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님 안녕하세요. 인형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달 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년간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자신이 받은 한 도민의 편지에 담긴 글귀로 답을 대신했다. 군포 장애인시설에 다니는 초등학생이 김 지사가 선물한 인형을 받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감사의 마음을 적은 편지였다. 

이 초등학생은 손과 하반신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으로, 김 지사는 부인 정우영 씨가 정기로 해당 시설을 찾아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교통요금 동결과 중소 상공인 지원 같은 민생을 챙기려고 적극 노력했다"고 지난 1년을 회고하며 "청년, 소상공인, 어르신, 베이비부머를 더 촘촘하게 지원해 상생과 포용의 경기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지난 23일 기호일보를 비롯한 경기·인천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김 지사는 "부총리 당시 거대 담론과 대규모 사업을 주로 추진하면서 현장 변화를 체감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반면, 경기도정은 도민 삶을 바로 바꾼다는 점에서 보람이 크다"며 "취임 뒤 곧바로 민생경제회의를 열고 수출업자와 양봉업자를 지원하는가 하면 도민 생활이 긍정으로 바뀔 때 경기지사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지사는 민선8기 도 대표 정책인 기회소득 개념과 정책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회소득은 사회 가치를 창출하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지급한다. 가정주부 가사활동 역시 가치를 창출한다는 도정질의도 나왔으나 기회소득이 지속 가능하려면 대상이 좁아야 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창출한 가치가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이거나 사회 비용 경감 같은 한정 대상과 재원으로 지급해 ‘기본소득’과 다른 개념"이라며 "현재 도정에 기본소득 관련 정책이 3개 있지만 무조건성·정기성·무차별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제대로 된 기본소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차별성을 뒀다.

이어 "K-컬처가 떠오르는 시기에 예술인 기회소득을 받는 분들이 스타트업의 유니콘기업처럼 나올지 모른다"며 "장애인가족들의 부담 경감도 사회 비용을 낮추는 데 이바지한다. 예술인 1만 명과 장애인 2천 명부터 우선 정착한 뒤 배달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기회소득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출범 1년 만에 투자유치 10조 원을 달성한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경기도가 반도체 분야 세계 1~4위 장비 기업 미래기술 연구소를 모두 유치하면서 반도체 메가 벨트 마련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고 자평했다.

김 지사는 "취임 1주년 성과 핵심은 결국 ‘돈 버는 도지사’가 되는 일이었다. 한 해 동안 외자 10조 원을 유치했고, 임기 안에 100조 원 이상 투자유치 계획이 있다"며 "경제 활성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 이를 위해 투자를 유치하고 미래 신성장산업 클러스터를 대폭 조성하겠다"고 했다.

민선8기 경기도정 주요 정책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서는 북부지역 주민들의 피해 보상 차원이 아닌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만한 권역별 청사진을 제시해 공론 과정을 거쳐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경기북부는 국내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 미래 먹거리 창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곳"이라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북부 10개 시·군에 불러올 변화를 세세하게 제시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도민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남부 대비 절반가량인 생산량은 어떻게 될지 각 분야와 권역별로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중"이라며 "군사보호구역 같은 규제를 풀었을 때 관광·바이오 같은 산업과 경원선·경의선처럼 권역별로 분류한 전략이 다음 달 중 나온다. 여기에 남부지역에 미칠 영향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정부 정책 발표 현장에서 거론하는 ‘경기도 패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경기도정이 정부의 경제·환경·노동·교통 정책 기조와 큰 틀에서 방향성은 동일하지만,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치와 관련해 역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대한민국 인구 27%와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분야 전반이 경기도에 몰렸다. 교통·경제를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정부는 경기도 없이 가지 못하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당시) 저는 시도지사 당적을 보고 정책을 수립하거나 예산을 배분한 적이 없다. 만약 정치와 관련한 이유로 경기도를 역차별한다면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다. 다양한 국정 경험을 살려 소통을 이어가려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균형을 잃었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한중 무역이 20년간 흑자를 보다 최근 1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진정으로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그 온풍이 한국까지 이어지리라 예상했지만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한국과 중국 무역의 구조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일방으로 외교를 하다 보니 중국과 척을 지는 모습인 데다 국제 경기 악화까지 더해 ‘외교 삼중고’를 겪어 경제난이 가중되는 흐름"이라며 "외교 문제는 어느 나라와도 척지지 않는 개방된 통상 국가로 나아가도록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미 외교 문제와 관련해서도 "경제를 살리고 국가 행사를 유치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저는 반도체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해 미국 출장 당시 관계자들에게 협조와 지원을 요청했고, 부산 엑스포 국내 유치도 적극 목소리를 냈다"며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보면 전혀 그런 부분이 없다. ‘그간 노력에 협의한다, 평가한다’가 전부다. 경제와 국내 기업의 실속과 국익을 우선으로 챙겼어야 했는데, 국가 간 의제 설정에서도 번번이 깨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가 경기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전액 삭감을 추진하는 데는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 지사는 "지역화폐는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버팀목이다. 정부가 민생 어려움과 우리 경제의 정확한 실상을 보지 못한다"며 "경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적극성을 띤 재정 정책이 필요한데 지역화폐 사업에 대해서 ‘재정 건전성’ 또는 ‘지방 사무’라는 이유를 대며 오히려 거꾸로 간다. 축구로 예를 들면 공격으로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침대 축구’를 하는 격"이라고 했다.

그는 "5월 기획재정부 지방재정협의회에 국비 반영을 요청하는가 하면 지역화폐를 안정감 있게 발행하려고 국비 지원을 촉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여야 동수 경기도의회와 관계에 대해서는 극심한 대립을 이어가는 국회와 비교해 안정감 있는 소통과 협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지사는 "78대 78이라는 여야 동수 상황에서 협치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전국 최초로 ‘여야정협의체’를 만들고, 예산안과 조직개편안을 합의해 처리했다. 끝없이 싸우기만 하는 국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해외 출장 때 역시 야당 부의장과 동행해 힘을 모았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처리가 불발된 경기국제공항 유치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마중물로 임기 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지사는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론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히 추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차근차근 제대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민기 기자 mk12@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