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지난달 성인 3명과 어린이 4명을 태운 경비행기가 콜롬비아 남부 ‘솔라노’마을(아마존 정글)에 추락했다. 조종사 포함 어른 3명은 사망하고 어린이 4명(남매)은 추락한 지 39일 만에 구조됐다. 사 남매는 나뭇가지를 모아 머리끈으로 묶어 잠자리를 마련하고, ‘카사바’라는 고구마과 뿌리식물을 구해 먹었다고 한다. 평소 어릴 때부터 사냥, 낚시, 열매 채집 등 원주민식 가정교육을 배우고 실천하며 생존 전략과 방식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얼마 전 어느 영국 기업이 선박해체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피해자 측에게서 소송을 당한 사례가 있었다. 위험 생성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전혀 예측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 위험관리 대응 역시 못했다는 주장이다.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가 있음을 인지했으면서도 무심하게 대응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한국정부에 대해 헷지펀드 엘리엇에 투자자국가간소송 평결로 69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경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고, 부당 개입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두고 법정 소송까지 이어졌다. 물론 개입 없이 두 회사 합병이 이뤄졌다지만 리스크 관리 부실로 보인다.

또 하나 최근의 특이한 사항으로 충분한 예견과 통찰로 선제적·종합적 리스크 관리를 하는 사례도 살펴보자. 

에콰도르 정부와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간 체결한 ‘자연-부채 교환(debt for nature swap)’은 자연생태계 파괴 리스크에 대한 갈라파고스 자연보호 조건과 에콰도르 정부 발행 16억3천만 달러 국채 매입이 거래구조로 성사된 경우다. 이 조건으로 에콰도르는 본토에서 1천㎞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 자연보호에 3억2천300만 달러를 투자하고 9천여 종의 동물을 보호하는 책임을 떠맡게 됐다. 

자연환경 보호라는 보이지 않는 거래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에콰도르 국가신용등급 Caa3(정크등급)보다 무려 16단계나 높은 Aa2를 갈라파고서 채권에 부여했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안전수칙을 담보로 위기상황을 이겨 내는 길을 만든 셈이다.

ESG 경영 차원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리스크 관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된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각종 규제와 이중·삼중 인증을 거치는 시스템으로 그나마 ESG 관련 경영리스크를 이겨 내는 실정이다.

ESG를 내세우며 거래상 손해를 끼치는 리스크는 강자 논리, 실제로는 자국우선주의로 채색된 보호무역 내지 금융자본 수익구조의 우량적 재편이다.

실제 EU는 ESG 평가기관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제안했는데, 이는 S&P, 무디스, MSCI 등 글로벌 메이저급 ESG 평가기관의 사업구조 변경까지 강요할 수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렇듯 층층시하 힘의 구조가 ESG 본질로 이해·수용돼야 하는 현실이다. 언제나 기업은 대내외 위기와 변수를 고려해 전략과 실천을 통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며 경영하는 셈이다.

ESG는 아주 생소한 개념도 아니고, 그렇다고 루틴과 퇴행성 관점만을 고집하는 방향 제시도 아니다. 일상에서 매 순간순간 전략적 훈련과 교육으로 사실상 ESG 도상경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중소기업 CEO들이 ESG는 이미 우리 곁에서 현실적 위험관리를 모색하는 역할을 소소히 또는 충분히 해 준다고 본다. 그렇기에 다양한 채널을 통한 힘의 논리, 잣대로만 기업 경영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평가 이전에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자생력과 적응력을 키워 가게끔 ‘자기주도 ESG 경영 역량’ 강화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ESG 경영 리스크관리는 그야말로 실천 가능한 전략이어야 한다. 평소 기업 경영 현장에서 지켜야 할 수칙이나 방식은 반드시 관심을 갖고 교육, 지시, 합의, 경험 전달 공유 등 리스크 관리 범주 안에 넣어 둬야 한다. 그래야 기업 경영이 감내해야 할 대내외 리스크 위급 상황을 이겨 내는 데 필요한 문제 해결의 바탕이 될 수 있다. 

ESG는 결국 투자자가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고 충분하게 전달해 주는지에 대한 비계량적 요소의 객관성 확보에 달렸지만 실제 기업 경영에서의 리스크는 금융자본 문제 말고도 은밀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기업 스스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예측가능한, 그리고 눈에 보이는 위험 사항부터 미리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평가사항이나 보고서 평점, 평가기준의 다양화나 단일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ESG 경영은 CEO의 개인 생존 전략과 방식, 철학 등을 직원, 고객들과 함께 실천 전략으로 승화시켜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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