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검단탑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백승호 검단탑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다른 지병 없이 건강하게 살아온 41세 김위장 씨는 요즘 들어 자주 속이 쓰리다. 현대인은 누구나 함께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일까, 아니면 사회생활하면서 피하기 힘든 음주와 흡연 때문일까? 며칠 불편하다가 증상은 금세 좋아지곤 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평소 주 2∼3회 산책을 해 온 김 씨도 어느덧 불혹의 나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위내시경 시행 권고를 받고는 위암으로 투병한 아버지가 생각나 상부위내시경 시 신속요소분해효소(CLO test)를 추가 신청해 검사를 마쳤다.

결과지 통보를 받은 김 씨는 걱정이 가득하다.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확인됐고, 전암성 병변에 해당하며, 헬리코박터균 양성에 대해서도 진료를 요한다"는 의사의 전언 때문이다.

위 김 씨 일화는 우리 주변에서 몹시 흔한 사례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헬리코박터, 그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은 1994년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이 발표한 발암물질 등급표에 1급 발암물질(Group 1(definite carcinogen)) 중 세균 (Bacterium)으로는 유일하다.

최근 줄어드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는 아직도 헬리코박터 유병률이 높은데, 국내 한 연구에서는 헬리코박터 항체 양성률(현재/과거 헬리코박터 감염을 반영)을 토대로 헬리코박터 유병률을 보고했다.

행정구역별 차이를 보였으나 평균 44.6~59.5%로 보고해 아직까지는 전 국민의 50%는 양성이라고 해석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연관된 질환으로는 만성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MALT 림프종이 있는데, 특히 국제적으로나 우리나라에서 헬리코박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암 표준화 발생률과 사망률 4위인 위암과의 연관성이 밝혀져서다.

국내 연구 결과 중 직계 위암 가족력을 지닌 헬리코박터 양성 환자에서 제균치료 시 위암 발생률이 낮았다는 보고가 나왔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조기 위암 내시경 절제술 후 이시성 암 발생도 줄일 뿐만 아니라 조직학적 개선도 보인다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2주 약물치료로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암 위험인자를 제거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가?’라는 임상의사의 사고 과정에서 임상의사와 환자, 건강보험 사이 동상이몽은 시작된다. 진료를 하다 보면 의사는 치료 효과 측면, 환자는 부작용 측면 그리고 건강보험은 비용·효율 측면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헬리코박터 양성 결과로 제균치료를 권했으나 구역, 복통, 설사로 치료를 중도 포기하게 되고, 항생제 내성을 갖게 돼 약제 선정이 어려워지는 경우는 물론 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전액 본인 부담으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현재 제균치료 보험 급여 인정 기준(소화성 궤양-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저등급 MALT 림프종, 조기위암 절제술 후,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위선종의 내시경 절제술 후) 외에는 전액 본인 부담(100/100 급여)이며, 이마저도 2018년 1월 1일부터 가능해졌다.

학회와 전문가 집단, 정부의 노력으로 급여 기준에 진전이 있는 점은 고무적이나, 전 국민 유병률 50%에 해당하는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에 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국가 재정지출 결정은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나는 임상의사로서 검사를 마치고 제균 상담을 위해 내원한 환자에게 첫째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설명과 치료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둘째 이에 대한 부작용이나 치료 지속 필요성을 ‘충분히’ 알린다. 

이처럼 충분히 투약 부작용 가능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환자가 준비됐다면 경미한 부작용만으로 치료를 마치고 제균이 성공하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많이 경험한다.

일반적인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두 가지 항생제를 포함해 위산억제제와 함께 각각 하루 2회 복용하며 2주 동안 복용한다. 제균 성공률은 70∼80%이며, 제균 여부는 치료 2개월 뒤 요소호기검사(UBT:Urea breath test)라는 비침습적 검사로 가능하다(하루 2회, 2주 동안, 2개월 뒤 확인).

헬리코박터균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1분 1초가 급한 응급상황은 아니다.

어렸을 적 감염돼 위 점막 아래서 만성적으로 위염을 일으켜 온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보다 우선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음주, 흡연, 자극적인 음식, 과도한 카페인, 스트레스 등 현대인들이 흔히 노출된 위염의 악화 요인을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다만, 상부 위장관 증상을 보이거나 위암 가족력을 지녔으며 1년 내 상부 위장관 내시경 기왕력이 없는 경우 내시경검사와 함께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시행해 보고 결과에 따라 치료 방향을 상담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

최근 비침습적으로 헬리코박터균을 진단하는 방법(헬리코박터 항체검사, 진단 목적의 요소호기검사 등)은 내시경검사나 조직 검사가 불가능하거나 거부감을 가진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의학은 과학이기에 임상의사인 우리는 숫자와 확률로 환자에게 설명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의학에서 100% 정답 또한 없다. 그러므로 근거 중심 의학을 기초로 풍부한 임상 경험을 접목해 환자 개개인에 맞춰 최선의 검사, 최적의 치료를 알려 주는 전문가 집단과 함께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

<검단탑병원 소화기내과 백승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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