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인천 근대 상설 시장의 출발인 신포시장이 중국인들의 푸성귀전과 정흥택의 어시장으로부터 오늘날 신포국제시장으로 이어졌던 내력은 중구 개항장을 여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제 익숙하다. 최근에는 칼국수골목으로 불리는 신포동 61번지에 남았던 1942년 건립한 상가주택을 리모델링하고 그 옆 47번지 일원을 단장해 주민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새로운 이력이 더해졌다. 

이 상가주택 토지를 소유했던 인물 중에는 41번지, 지금의 롤링파스타 가게 자리에 어시장을 개설했던 정흥택의 둘째 동생 순택이 있다. 당시 그는 어시장 맞은편 내동 112번지, 지금 기업은행 부근에서 포목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개항 후 이 공간은 서민 식탁의 주식과 반찬거리를 공급했던 닭전거리로, 1960~1970년대는 적은 비용으로 서민들의 한 끼 식사를 배부르게 해결해 줬던 칼국수골목으로 유명했다. 무엇보다 제물포 개항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독일·미국·중국·일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일대 토지를 소유하고 생활 터전으로 삼았던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 개항장이 국제도시였던 역사성을 확인하는 사례가 된다.

신포동 40~58번지 옛 화선장과 은성다방을 거쳐 현재 롤링파스타 가게(옛 신포슈퍼마켓)에 이르는 길 일대는 인천 개항 후 닭전거리라 불렸다. 은성다방 자리에는 가장 큰 닭전이 자리잡았고 이 길가에 닭전, 고기가게, 과일가게가 모여 있었다. 닭과 달걀이 지금과 달리 강화도 등 인근 도서와 충청도에서 배편으로 왔기 때문에 배가 닿을 수 있는 이곳 화선장 뒤쪽 터진개 근처에 닭전이 자리잡았던 것이다.

현재 롤링파스타 가게가 있는 신포동 41번지에는 생선전이 있었다. 1890년대 초 한양 출신으로 알려진 정흥택·순택·세택 3형제가 인천으로 내려와 선창가에 어물전을 내고 도매시장을 개설했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해안 일대 매립공사가 시작돼 어선 선창이 멀어지면서 도매시장은 북성동으로 옮겨갔지만 생선전은 그 자리에서 계속 번창했다. 한옥이었던 생선전은 1929년 벽돌 건물로 개축돼 인천 제1공설시장으로 변모했다. 6·25동란 때까지 생선전의 명맥을 이어가다 그 후 제빙공장 등 여러 차례 용도가 바뀌었다. 옛 신포슈퍼마켓 건물이 그 흔적이었지만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정흥택의 생선전 자리에서 개항로를 따라 인천항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신포동 칼국수골목으로 들어서는 58번지에는 옛 화선장 건물이 있었다. 지금은 미장원과 맥줏집으로 변했지만 애초 토지 소유주는 1892년 최초 스팀정미기계로 유명했던 미국인 타운센드였다. 이곳은 처음에 우동집 가메야(龜屋)가 자리했다가 1930년대 나리낑(成金)이라는 요정으로 바뀌었고, 광복 후 인천의 대표 일본식 요릿집, 경양식집인 화선장으로 변모해 1960~1970년대까지 이름을 날렸다.

화선장과 칼국수 골목을 사이에 둔 59번지 현재 의류점(Guess)이 있는 건물 자리는 원래 목조 2층의 일본식 건물이었는데 1960년~1970년대 문화예술인들의 휴식처이자 거점이었던 은성다방이 있었다. 당시 시화전 등 작품 발표나 출판기념회, 각종 문화예술 관련 집회·모임 장소로 활용됐다.  

화선장 아래 신한은행이 자리한 27번지 일대는 독일계 무역상사 세창양행 칼발트의 소유지였다. 신포시장 일대에는 그가 소유한 땅이 꽤 있었는데, 현재 신포시장 둘째 블록의 첫 번째 구역 초밥집과 피자가게 등이 있는 11번지, 지원센터와 지업사, 주점 등이 있는 12번지, 셋째 블록 개항누리길 상점가가 있는 22번지 일대가 모두 그의 소유지였다.  

신포시장 일대에 많은 토지를 가진 외국인으로는 해관 통역관이었던 중국인 오례당을 빼놓을 수 없다. 세 번째 블록 현재 맥줏집과 패션가게 등이 있는 23번지, KEB하나은행과 새마을금고가 자리한 옛 표관 자리와 그 옆 답동사거리에 면한 18번지 일대는 오례당의 소유지였다. 또 신포시장과 인접한 지금의 문화의거리 스포츠 의류점들이 즐비한 내동 215, 213, 212번지에도 토지를 가지고 있었다. 

개항 후 신포시장 일대에 토지를 소유했던 사람과 건물을 짓고 운영했던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확장된 콘텐츠로 활용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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