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
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

MRI에 노이로제가 걸렸다. 동네 의원에서 청각신경 이상 진료 의뢰서를 받고 종합병원 이비인후과에서 뇌 MRI를 촬영했다. 한데 조영제를 투약하지 않고 촬영해 영상이 흐려 길병원 신경외과 이기택 교수님 진료를 받을 때 MRI를 다시 찍은 후 뇌 선종 방사선 시술을 받았다.

뇌 선종 치료를 받기 전 주차장에서 장애물에 걸려 중심을 잃고 넘어진 적이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비틀거리다가 다시 중심을 잡았을 텐데 앞으로 넘어지며 무릎을 다쳤다. 바지는 멀쩡한데 피가 흘렀다. 큰 상처가 아니라 자가 치료를 했는데 한여름 복중이라 자주 샤워를 했더니 무릎이 붓기 시작했다. 동네 정형외과 의원에서 차도가 없어 새로 생긴 대형 병원에 갔더니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MRI를 찍었다.

그 후 힘든 농사일로 허리가 아파 진통제 처방을 받으러 그 병원에 다시 갔더니 이번에도 또 MRI를 찍으란다. 후배 약사의 조언을 받아 통증의학과 의원을 찾아가 주사를 맞은 후 그 병원은 발길을 끊었다.

모 농협은 모 종합병원과 협약을 맺고 조합원들의 건강검진을 한다. 전에 내시경검사 관련 부정적 방송을 본 후 기피하다가 올 봄에 처음으로 종합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공복혈당(180)과 전립샘 특이항원 PSA 수치가 높았다. 병원 측은 검사 결과를 설명하며 당뇨로 쓰러질 위험이 있으니 내원해 인슐린 주사를 맞으라고 겁을 줬다. 하지만 동네 의원에서 처방 약을 한 달간 투약한 결과 정상 수치에 가까워졌다.

당뇨의 시발은 어느 날 다량의 귤을 먹고 나고부터였다. 동네 의원에 가서 검사 후 처방을 받아 수년간 복용했다. 하지만 중간에 중단했다. 이유는 신뢰감이 안 가서다. 증상에 따른 처방 변경을 전혀 하지 않아 약을 한 달간 중단하고 가도 검사 수치는 동일했다. 4개월마다 하던 혈액검사를 3개월로 당기고, 어쩌다 공복이 아닌 상태로 가면 짜증을 내며 혈당 측정 대신 엉뚱한 검사를 했다. 골목길 주차도 불편하던 차에 복약을 중단했더니 공복 시 혈당이 두 배로 올라갔다.

전부터 전립샘비대증 약을 동네 의원에서 처방받아 복용했는데도 1년 사이에 PSA 수치가 8.75에서 10.61로 상승했다기에 재검을 의뢰했다. 담당 의사는 날짜를 지정해 입원 후 MRI 촬영을 하고 다음 날 조직검사를 한다고 했다. MRI 검사가 보험 혜택이 되느냐고 묻자 태클을 걸지 말란다.

그동안 다니던 동네 비뇨기과의원을 찾아가 진료 소견서를 받아 인천성모병원 비뇨기과 황태곤 교수님 진료를 받았다. 입원하지 않고 당일 초음파검사로 전립샘 조직검사를 한 후 암 증상이 나타나면 MRI를 찍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검사 결과 산정 특례환자 등록했지만, 이기택 교수님처럼 진료 의사를 신뢰하기에 암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플라시보 효과라는 의학용어가 있다. 온갖 수면제를 처방해도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 환자에게 신망 높은 의사가 특효약이라며 약 대신 밀가루를 처방하면 잠을 잔다는 학설이다. 의사에 대한 믿음과 불신은 환자에게 천당과 지옥의 표지판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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