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주 아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신영주 아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최근 한 달 새 영·유아 사이에 ‘수족구병’ 환자가 크게 늘었다. 주로 손과 발, 입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는 병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수족구 환자가 발생하면 ‘여름이 왔구나’ 하고 느낄 정도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했을 때는 어린이집과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한 탓에 수족구 질환이 크게 줄어드는 듯했으나, 엔데믹으로 이제 마스크 없이 활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수족구병을 앓는 영·유아 환자가 점점 늘어난다.

전국 109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수족구병 표본감시 결과, 6월 넷째 주 수족구병 의사환자분율은 외래 1천 명에 14.1명으로, 5월 중순부터 15~20명씩 꾸준히 발생한다. 더구나 영·유아인 0~6세에서 24.9명이었다. 방역당국은 수족구병 특성상 환자가 가을까지 발생한다고 예상한다. 

콕사키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와 같은 장바이러스로 발생하는 수족구는 증상과 증세가 특이하다. 미열, 입안 궤양, 손발바닥 포진 따위가 특징이고 어릴수록 몸통과 사타구니, 엉덩이까지 넓게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전염성도 심해 기관 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에게 취약하다. 

수족구 질환으로 내원하는 영·유아 병력을 듣다 보면 가장 많은 원인이 수영장이나 계곡, 분수대 같은 물놀이 관련이 많다. 두 번째는 키즈카페 같은 다중이용시설 방문이다. 장바이러스는 감염성이 높은 탓인데 침과 가래, 대변 따위 분비물로 전염되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 해제로 물놀이가 증가하면서 수족구 질환은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여름철에 발병이 몰리는 이유는 기온이 오르면서 바이러스 활동이 왕성해지는 데 반해 아이들 면역력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수족구병은 면역력이 대체로 치명상을 주는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은 아니지만 뇌수막염 따위 합병증이 올지 몰라 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입안에 나는 수포가 따끔거리기 때문에 아이들은 물을 비롯한 음식을 먹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아이가 열이 잘 떨어지지 않거나 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한다면 병원에 가서 수액을 투여받아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수족구 질환을 예방하려면 물놀이 자제가 최우선이지만 더운 여름 물놀이를 피하기 어렵다면 수질을 제대로 관리하는 장소에서 물놀이를 해야 한다. 물놀이를 뒤에는 깨끗한 물로 전신을 닦고 웬만하면 물을 삼키는 행동은 피하고, 물놀이를 한 뒤에 입안을 여러 번 헹구기를 권한다.

아이가 감기 증상을 보이거나 피부에 상처 따위가 발생한 경우에도 물놀이를 삼가는 편이 좋다. 장난감이나 생활용품 같은 집기를 소독하고, 비말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기침예절도 준수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에서 활동도 마찬가지다. 수족구병 증상은 보통 심하지 않아 대개 7~10일 안에 저절로 없어진다. 그러나 드물게 무균성 뇌수막염·뇌염·폐부종·폐출혈·심근염 따위 합병증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고열·구토·무기력 따위 증상이 발생하면 빠르게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좋다.

수족구병은 특별히 예방주사도 없고,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다시 걸리지 않는 병도 아니다. 손을 자주 씻고, 아이 용품도 자주 닦아 주는 편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다. 

<아인병원 신영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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