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를 바라보며 느낀다. 잔잔함이 나쁨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 절실함을.

기자를 시작할 때 누군가가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넌 언제 열정을 불태울래?" 하고. 사회초년생으로서 좋은 조언이었지만, 지금에 와선 스스로를 옥죄는 일종의 세뇌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MZ세대, 꼰대처럼 새로운 단어를 등판시켜 서로를 나누고, 누군가를 더욱 혹사시켜야 살아남는 구조라면 망조가 들었다 하겠다.

사회초년생에게 필요한 부분은 조언보다는 ‘스스로를 지키는 단단함’을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도록 돕는 일이다. 살아가면서 잔잔함을 느끼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급급할 뿐 평화로움은 사라져만 간다. 심각한 점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문제가 계속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직장이나 사업은 물론 부부 관계부터 자녀 관계까지 각종 불화가 끊이지 않는다. 해결하려 들면 또 다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잔잔하게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도 망각하기 일쑤다. 누구 도움도 없이 오로지 스스로 올곧으면 그만이지만, 쉽지 않다.

우리 대부분은 쉼 없이 하루를 살아간다. 그저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지칠 때까지 전부를 불태운 뒤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돌아온다. 당연히 소중한 아내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기력 따위는 없다.

해를 더할 때마다 체력과 마음은 고갈된다. 그렇게 모두가 살아가니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한잔 술에 시름을 날리려는 성향이 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오죽하면 분노 조절 장애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생겨날까.

그런 점에서 여행이 주는 선물은 단지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에만 있지 않다.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에서 자신을 바라본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임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새로움을 더한다.

아이들이 그저 해맑게 웃는 까닭은 학교와 학원에서 탈출해 부모와 함께 있다는 단순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계획과 예산을 수립해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참 쉬운 힐링이 여행이다. 중요한 부분은 결코 큰 이벤트가 아니다. 그저 약간의 변화에도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이제 여행가방을 준비해 볼까.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